노란색 스웨터

303비전장학회 선배인 한창수 목사님이 대구 엠마오교회 금요기도회를 기존의 형식으로 하지 않고 북토크 형식으로 해주시겠다고 했을 때 처음 생각했다.
‘정장에 넥타이차림으로 가지 말자’
#대화로푸는성경 의 겉표지가 눈에 띄는 밝은 노란색인데, 가을이면 당연히 익숙하게 되는 은행나뭇잎의 색이기도 하다.
노란색 스웨터를 입으면 북토크가 조금 재밌게 시작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또 넥타이 차림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 나서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겉표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노란색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연히 어느 브랜드 광고에서 그 노란색을 찾았다.
부산에서 그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직원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 저녁에 입어야 하는데 혹시 다른 매장에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냐고 했더니 대구의 어느 백화점 매장에 있다고 했다.
대구 소재 백화점에 있는 매장에 연락을 했다.
오후 5시 30분쯤 갈텐데 원하는 사이즈를 잡아놔 달라고 부탁했다.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퇴근길 정체가 시작되었다.
어찌어찌 대충 시간을 맞춰 백화점에 도착했는데 처음이고 너무 커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안내 지도에 뻔히 보이는 매장을 찾아 가는 데도 한참 걸렸다.
계산대에서 전화 예약한 사람이라고 하니 상품을 꺼내줬다.
노란색을 직견하니 딱 그 색이라 맘에 들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입어볼 새도 없이 계산하고 돌아섰다.
한 목사님과 고기 사주시기로 했는데 퇴근 정체 때문에 잘못하면 샌드위치나 김밥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딱 1시간 전에 도착했다.
다행히 식당이 교회당 바로 밑이다.
사인한 책을 드리고 부랴부랴 고기를 먹었다.
마무리로 잔치 국수 한 그릇을 시켜 한 목사님과 나눠 먹었다.
다시 차로 가서 노란색 스웨터를 들고 교회당에 들어갔다.
가위를 부탁해서 상품택을 잘랐다.

한 목사님께 일부러 노란색 스웨터를 구해서 입고 왔으니 한 목사님도 그냥 카디건 차림으로 진행해 주시길 부탁했다.
한 목사님은 너무도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하셨다.
거의 작전에 가까운 과정을 거쳐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북토크를 했다.
한 목사님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진은 금요기도회에 참석한 기특한 청소년이 찍어준 것이다.

이 작전은 이신혜 전도사님의 번뜩이는 재치와 재빠른 행동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올가을엔 비신자를 지향하는 의미의 노란색이 유행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