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듣고

아침에 들린 비보에 어이없고 안타깝고 참담하다.
팍팍한 사회에서 하룻밤이라도 흥겹게 놀아보려 했던 10-20대 151명이 사망했다.
밤새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들어오겠다고 신난 표정으로 나간 자식을 주검으로 만나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 것인가.
10-20대 아이 넷을 키우는 나로서는 눈물이 난다.

오늘 교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염려된다.
안타까와하고 같이 슬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비판하고 정죄하고 심판이 내려졌다고 할까 심히 걱정스럽다.
심지어 대표기도나 설교에서 그렇게 될까 조바심이 난다.

제발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지 말고, 먼저 겸손하게 누가복음 13장 4절의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라는 말씀을 읽었으면 좋겠다.

왜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해서 밉상인 정치인들도 지금 다른 일들을 내려놓고 이 참사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는지, 왜 외국 정상들도 앞다투어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사고가 잘 수습되기를 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내는지 한번 새겨 보길 기대한다.

자녀를 잃은 부모 중에 기독교인도 있을 것이다.
위로 받아야 하는 그 부모를 죄인 만들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자녀를 잃은 부모와 함께 울어주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다.

부디 슬픔 당한 가정에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부디 사고가 잘 수습되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교회에서 이 참사를 안타깝게 여긴 대표기도와 설교가 행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나는 종교개혁기념주일을 맞아 설교를 준비했으나 설교 원고를 다시 쓰려한다.
그게 이 시대를 사는 목사의 도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