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콜론(;) 문신

난 지난 10월 5일 오른손날에 세미콜론(;) 문신을 했다.
목사가 무슨 문신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분명한 목적이 있다.

세미콜론은 우리나라 문장부호가 아니다.
그래서 마침표(.)와 쉼표(,)가 위아래로 있는 세미콜론(;)을 일컫는 우리말이 없다.
영어문장에서 문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관련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세미콜론 문신은 에이미 블로엘(Amy Bleuel)이 2013년부터 시작한 우울증과 자살방지 캠페인이다.
에이미 블로엘은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하고, 불우한 성장과정을 겪고, 일찍 부모를 잃고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세미콜론 문신을 하고 그 문신을 보며 자살하고픈 마음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세미콜론 문신은 ‘My story is not over yet.’(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을 의미한다.
곧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My life is not over yet.)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Your story is not over yet.’(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을 의미한다.
곧 ‘당신의 인생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신의 인생이 지금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미콜론 문신의 의미를 설명하는 강신욱 목사 [사진 정민교]

나는 오늘 만난 고신대 학생들에게 “혹시 어릴 때 부터 고신대에 진학하길 바랐던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아무도 없었다.
어쩌다 보니 전혀 원치 않은 학교에 오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취업이 어려운데 한동안 경제가 더 아려워질 것이라 하니 미래가 암담할 것이다.
절망이 심하더라도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 초청을 받고 경건모임에 너무도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문신을 했다.

학생들에게 그 사연을 말하고 오른손날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내 손날을 쳐다봤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도 심한 공황장애를 앓았고 나도 모르게 자살시도를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절대 그런 선택을 해선 안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고 말했다.

유명한 라틴어 속담(Amor fati, Carpe diem, Memento mori)을 소개하며 우리 모두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인간이지만 하루의 행복을 놓치지 말고 살자고 말했다.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강의를 마쳤을 때 학생들이 박수를 쳐줬다.

한 명의 청년에게라도 진심이 전달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문신을 했다.
또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치과 치료만큼 기분 나쁜 아픔을 참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는데 필요하다면 또 아픔을 참는 결심을 할 것 같다.
나는 한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