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가 부친상을 당했다.
미국에서 교수로 있던 친구가 부친의 편찮으신 소식에 귀국했다가 장례를 치르게 됐다.
친구는 주변에 알리지 않았는데 친구의 아주 아까운 친구인 내 페친이 DM으로 내게 알려줬다.
내가 빈소에 들어서니 친구가 깜짝 놀랐다.
내일이 발인인데 자기 손님은 내가 세 번째라는 것이다.
20년 이상 해외에서 사느라 자연스레 멀어졌기 때문이란다.
친구가 갑자기 중1때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신욱이 너에게 빚을 진 게 있어서 꼭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네가 나에게? 전혀 기억이 없는데?”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반장인 너에게 숙제검사를 시키며 ‘참 잘했어요’같은 도장을 찍어주라고 했어”
“정말? 초등학생도 아닌데 웬 ‘참 잘했어요’ 도장이여?”
“그러게 말야, 그런데 정말 그랬어. 나는 또렷이 기억해. 그때 내가 숙제를 안했거든. 내 앞에 네가 왔는데 내가 숙제를 안했으니까 도장을 찍어줄 수가 없잖아. 신욱이 네가 나를 쳐다보길래 내가 애절한 눈빛으로 너를 쳐다봤어. 그랬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도장을 찍어줬어”
“정말?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런데 선생님이 네가 머뭇거리는 걸 보셨나봐. ‘이중에 숙제 안한 놈이 있으니 나와라’한 거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모른 척했지”
“그럼 내가 엄청 난감했겠는데?”
“그랬겠지. 그런데 선생님이 너를 봐서 그랬는지 ‘다음에 또 그러면 가만히 안둔다’하고 넘어갔어”
“다행이네”
“그런데 신욱이 네가 엄청 신경쓰이는 거야. 너무 미안했는데 그때 이야기하지 못했어. 그래서 네가 수도권에 있을 때 한 번 교회로 찾아가서 ‘강신욱 목사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폭로하려고 했지”
“그때 못해서 다행이다. 내가 강직한 이미지였는데 부정이 탄로날 뻔했네”
회개할 제목이 하나 늘어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