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턱 바로 아래 유명하지 않은 오전의 탐방로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방해나 신경 쓸 일이 없어 좋으면서도, 높이 솟은 나무들로 인해 컴컴한 숲길은 약간 무섭기도 하다.
이래서 길동무가 필요하다.
말도 붙이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큰 의지가 되니 말이다.
치노를 데리고 나올 때만 해도 내 산책에 방해가 될까봐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탐방로에 들어서서는 데리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알아 듣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치노에게 말을 붙인다.
치노는 길 모양을 따라 앞장서서 잘도 걷는다.
알아서가 아니라 나대는 성격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덕분에 진일보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치노도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표정에 나타난다.
혼자서 이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외롭고 난감할까.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길동무가 있어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으면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