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찬식

오늘은 성탄절이자 2022년의 마지막 주일이다.
12월에 들어서면서 두 가지를 고민했다.
첫째는 성탄절이자 마지막 주일에 어떤 설교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성탄절이자 마지막 주일에 어떤 의미있는 이벤트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12월 둘째 주일을 보내면서 성찬식을 생각했다.
예수님이 오셔서 구약의 예언된 실체를 보이시고,
구약의 한계와 오해를 뛰어넘는,
그러면서도 너무도 단순하고 일상적인 음식나눔으로
구원의 가치를 잘 드러낸 것이 성찬식이기 때문이다.

기존 교회에서 사용하는 성찬기는 최소 30명 분이기에 채 10명이 참석하지 않는 낮은울타리예배에는 오히려 썰렁함을 강조해서 적합하지 않고,
무엇보다 기존 성찬기의 엄격함이 현재 낮은울타리 분위기에는 싸늘하게 느껴질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마트의 그릇 코너를 몇 번 돌아보며 적당한 접시와 잔을 골랐다.

그 잔에 어떤 빵과 어떤 음료를 담을지도 고민이었다.
빵과 음료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유대인은 유월절 기간이라 맛없는 무교병을 먹었지만 우리는 굳이 맛없는 빵을 먹을 이유도 없고, 예수님은 이제 우리에게 송이꿀같은 분이 아니신가.
음료도 포도주스는 너무 달고 색깔이 짙어 조금 변화를 주고 싶었다.

성찬식을 하며 성찬기와 빵과 음료를 공개했다.
다들 눈동자가 조금 커지는 것이 보였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참석자들이 빵과 음료를 각각 두 손에 받아 들게 한 후,
내가 “이 빵과 잔은 우리를 구원하고 하나되게 하기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찢어주신 몸이요 흘려주신 보혈입니다.”라고 고백하고 먹고 마셨다.

빵도 한 번에 씹어 먹기엔 좀 컸고, 잔도 한숨에 마시기엔 좀 컸다.
그래서 다같이 먹고 마시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오히려 시간이 걸려 후딱 해치우는 것 같지 않아 좋았다.
참석했던 한 분이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