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아이’

한국 기독교계에서 독서쟁이와 글쟁이로 유명한 김기현(로고스서원) 목사님이 부산 지역 소장파 목회자들 몇 명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나도 청함받은 한 명이 됐다.
청함을 받았을 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 나이에 숙제같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숙제같이 읽지 않으면 내가 알고 내가 원하는 책 외에는 읽지 않을 것 같아서, 또한 독서쟁이, 글쟁이 목사님이 추천하는 책을 읽으면 지평이 조금이나마 넓어질 것 같아서 부담을 안고 응했다.

첫 책은 ‘한나의 아이'(스탠리 하우어워스, IVP)였다.
서점에 가서 여유있게 다른 책도 보다가 사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일정에 쫓겨 시간을 놓쳤다.
일주일 전 근처 일반 서점에 갔는데 없었고, 가까운 기독서점과 부산에서 가장 크다는 서점에 문의했는데 역시 없다고 했다.
결국 온라인주문을 해서 도착했는데 55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에 놀랐다.
첫 책인데 이렇게 두껍다니…
게다가 술술 읽혀지지도 않아 부랴부랴 읽었는데도 300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
200페이지 넘게 건너 뛰고 맺음말과 후기를 읽었다.

5월 2일 첫 모임을 가졌고 모두 6명이 모였는데, 의도한 것은 아닌데 모두 교단이 달랐다.
통합, 합동, 고신, 루터, 기침, 합신이었다.
만약 인원을 추가한다면 여기에 없는 교단으로 영입하자고 농담을 주고 받았다.

나는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는 세계적인 신학자가 자신의 명성을 지키려 하지 않고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치부까지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이 과학과 신학의 조화를 볼 수 있는 글이었다면, 이 책은 신앙과 고통의 모순이 한 인생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고백되는지 볼 수 있는 글이었다는 점이다.

완독한 사람들도 있지만 절반은 나와 비슷했다.
다 읽으신 분이 300페이지 이후에 반전이 있다고 하니 마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