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걷기(2)

호포역을 출발할 때 아침 9시였지만 햇볕은 이미 따가와지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지 않고 긴옷으로 입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산공원에서 밀양까지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다는 정보를 받고, 안전을 위해 국도가 아닌 낙동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로 걷기로 했다.

황산공원 안내판 [사진 강신욱]

걸으며 앞으로 20일간 국토종단을 해야하는 김주선 국장님에게 평소에 운동을 하거나 이 일을 위해 건강을 준비했냐고 물었다.
석 달 전부터 준비하며, 속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할지, 배낭 무게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30도를 웃도는 기온이라 한 시간 정도 걷고 5분 정도 쉬며 걸었다.
쉴 때는 내가 준비한 찐계란, 방울토마토, 견과류를 먹거나, 동행한 장반수 대표님이 대접한 이온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걸으며 김 국장님으로부터 자살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은 강원도 고성이라고 했다.
고성 주민이 아닌 외지인 특히 수도권 사람들이 고성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다나 강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하나는 젊은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는데, 최근 30-50대 남성의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부산 관련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전국적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날이 월요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산은 화요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시기는 가정의 달인 5월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이라고 한다.
참 모순되는 일이다.
그런데 부산은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맞아 부산을 찾는 여름이라고 한다.
상대적 소외감 때문이라 예측했다.

자살예방운동과 기독교계의 입장 등 실상에 대해서도 애환을 들을 수 있었다.
원래는 ‘자살방지’라고 했는데 ‘자살예방’이라고 단어를 바꾸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기독교 단체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지옥갈 사람들을 위해 왜 쓸데없는 일을 하냐는 항의를 받는다는 것,
기독교인 중에도 자살자가 많은데 지옥 운운하는 것 때문에 사인을 숨긴다는 것,
위의 이유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
교회에서 자살자 가족에 대해 너무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이번 걷기 캠페인도 시작 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정작 걷고 이틀째가 되니 기독교 언론에서 연락이 와서 ‘정말 걸을 줄 몰랐다’며 무모한 도전에 놀랐다고 한다.
몸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뜨거운 햇빛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진에서 손가락 두 개를 든 것은 자살예방 걷기 이틀째를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