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가 생기기 전 경부선으로 다닐 때 기차로 빠르게 지나갔던 낙동강변을 천천히 걷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무궁화호는 여전히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지나갔지만 고속철도에 눈이 익숙해진 탓인지 가까이에서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은 파랬고, 하얀 뭉게구름은 참 경쾌해 보였고, 햇빛을 받아 눈부신 초록색을 뽐내는 야트막한 산은 다정했다.
마치 세상에 불미스러운 일이 없는 것처럼, 동화 속 배경처럼.
부산 시민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물금 취수장 주변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걷다보면 자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나도 내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부산에 와서 도시선교를 하게 됐는지
어떻게 자살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어떻게 이번 걷기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러다가 내 오른손날에 작년에 새긴 세미콜론 문신도 보여주게 됐다.
이야기 끝에 내가 안양에서 가까이 지냈던 안양감리교회 임윤택 목사님이 혹시 아직도 LifeHope 이사장을 하시냐고 김 국장님에게 물었다.
지금도 이사장이라고 했다.
나와의 관계를 말하고 내가 안양에 있을 때 여러번 자살예방캠페인에 참여했었다고 하니 그렇다면 안양에서 만났을 수도 있었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안양감리교회 파구스 카페에서 소개를 받아 인사했던 것 같기도 했다.
혼자 걸으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같이 걸으니 추억 속에 잠기게 된다.
뙤약볕 아래에서 몇 시간을 그냥 걷기는 힘든 일이다.
혼자 걷기는 더더욱 그렇다.
같이 걸으며, 추억을 더듬고 나누는 일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전에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모두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걸어서라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재고하기를,
기독교계가 자살을 터부시 말고 수면 위로 내놓고 함께 고민해 주기를,
자살자 유가족들이 죄인처럼 살지 않기를,
생명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