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구원 받을 사람들을 미리 다 정하셨다면 전도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게요. 소위 예정론이란 것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나님이 처음부터 구원 받을 사람을 미리 다 정하셨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좀 너무하신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하나님을 변호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예지예정론(豫知豫定論)입니다. 하나님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는 주도권이 인간에게 있는데 하나님이니까 믿을 자를 시간을 거슬러 미리 아시고 그를 예정하셨다는 것이죠. 어떻게 들리세요?”
“하나님의 책임이 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은 하나님을 변호하는 것 같은데 실상은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에 큰 손상을 입히는 오류가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 아닙니까?”
“그렇게 배웠죠.”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은 인간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속성이며 대전제입니다. 하나님이 세상과 역사를 처음 시작하시고 또한 세상과 역사를 마무리하실 겁니다. 그래서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엄청난 피조물과 그 질서를 만드신 분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드러내는 구원이라는 아주 중요한 사건을 피조물인 인간의 선택에 따라 흘러가도록 하고 그것으로 결정하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나님은 미리 아시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계획하고 정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신학적으로 ‘작정’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구원에 관련된 ‘예정’도 작정의 일부분입니다. 그 계획과 정하심의 방식과 수준은 우리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그런 분이란 것을 알 뿐입니다. 인간이 구원의 방식을 일부분이라도 이해하며 깨달은 것이 ‘예정’이란 것인데, 이것은 인간이 이해하고 정리한 것이라서 뒤에 ‘론’을 붙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해하는 ‘예지예정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 ‘예지예정론’을 믿으면 이단이 되는 겁니까?”
“예수님을 믿지만 자신이 받은 구원을 이해하는 방식이 약간 다르다고 이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정론이 흔들리고 연약한 사람에게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하고 영원토록 변함없는 하나님에게서 시작했기 때문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견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