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도신경을 평소보다 더 천천히 읽으며 우리가 믿는 내용을 확인했다.
주일을 기억하여 가족이 하나님 앞에 모여 예배하니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하겠다”고 하신 대로 함께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내가 찬송가 87장을 부르자고 했다.
펼치고 보니 부른지 오래되어 가물가물했다.
담임목사로 있을 때 주말에 설교를 준비하면서 함께 설교 후 찬송을 고르는 것도 큰 일이었다.
87장은 원래 알던 곡이 아니라 담임이 된 후 설교 후 찬송을 고르다 가사가 좋아 혼자 익힌 노래이다.
딱 마음에 드는 곡이 골라져 설교 후 그 여운으로 수백 명의 성도들과 소리 높여 함께 부르는 찬송의 감동이 아련하다.
하지만 곡조와 박자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 회중 찬송으로 많이 불려지지 않는 것 같다.
이전 교회에서 아침 기도회를 인도하며 선곡했는데, 거의 독창처럼 했던 기억이 있다.
찬송을 하고 지금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에 대해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순절이란 절기를 만든 것 자체가 탐탁지 않아 자발적으로 지킬 생각은 없지만 아이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지내도록 한 것이다.
이어 개인별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둘째는 지난 1년간 패션디자인 학원에 진학하고 1년을 잘 마무리한 것을 감사했다.
설교는 누가복음 1:67-79를 본문으로 ‘성령 충만’에 대해 전했다.
먼저 ‘성령 충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본인이 성령 충만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막내는 예배 시간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시크한 셋째는 자기는 성령 충만한 것 같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둘째도 역시 자기는 성령 충만한 것 같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하나님과 관계가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이 참 반갑고 기뻤다.
성경에 ‘성령 충만’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누가’인데, 분명히 누가는 ‘성령 충만’이라는 상태에 대해 어떤 그림을 가지고 사용했을 것이란 점을 언급했다.
누가복음 1장에 나오는 일가족 사가랴와 엘리사벳 그 아들 세례 요한은 셋 모두 성령 충만하다고 표현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의 성령 충만한 상태에 대한 묘사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성령 충만’의 모습과는 다른 점을 지적했다.
일가족의 성령 충만한 모습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받아들이고, 복음을 전해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모습이다.
‘성령 충만’한 특별한 사람이나 상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뜻대로 일상을 살려고 하는 것이 성령 충만한 삶이며, 그런 면에서 둘째와 셋째의 고백이 참 귀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신앙 생활 중 어떤 단어를 사용하게 될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교역자에게 묻거나 성경을 통해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바른 신앙 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태도임을 전했다.
개인별로 말씀을 들으며 마음에 남은 것을 가지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간구했다.
나는 다른 가치로 사는 이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도록 기도했고, 자녀들은 모두 성령 충만하여 신학기를 잘 시작하기를 바랬다.
이어 성찬을 행했다.
보릿고개와 춘궁기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60년대까지 가족들이 즐겁게 한 상에 둘러 먹고 마시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었음을 말했다.
하나님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평등하고 평화롭게 먹고 마시는 것이 작은 천국의 모습임을 전했고, 우리 가족이 이 가치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데 일조하면 좋겠다고 했다.
민수기과 고린도후서의 축도를 하고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