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날 때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태어나 보니 그런 부모이고, 그런 피부색이고, 그런 국적이고, 그런 형편이다.
옛날 신분사회에선 태어나 보니 노예이고, 태어나 보니 왕족이다.
지금 자본주의사회에서 태어나 보니 가난한 집안이고, 태어나 보니 재벌 집안이다.
갓난아이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태어나 보니 하나님과 격리된 상태에 빠진 인간의 후손이다.
그래서 갓난아이도 죄인이다.
성경에 이런 비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왕에게 일만 달란트를 빚졌다.
한 달란트는 20년 연봉이다.
일만 달란트는 20만년 연봉인 셈이다.
한 사람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이다.
그래서 왕은 아내와 자식도 다 팔아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아내와 자식도 노예가 될 뿐만 아니라 그 후손들까지도 노예여야 한다.
기독교의 죄는 이런 것이다.
이것을 죄의 ‘전가(轉嫁)’라고 한다.
자기는 아무리 깨끗하다고 주장해도 이미 죄에 속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소용없다.
그래서 이런 죄의 ‘전가’를 끊어줄 외부적 구원자가 필요하다.
구원자는 반대로 인간에게 ‘의’를 전가해 주는 존재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