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의 설교

2020년 8월부터 매월 첫 목요일 아침 8시 20분부터 줌으로 규장&갓피플 직원예배에서 설교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준비해서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자주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 전날 설교 안내 문자와 줌 링크를 받으면 ‘벌써 한 달이 지나갔구나.’란 걸 느끼곤 했다.

오늘 마지막 설교를 했다.
이른 시간 낮은울타리에 도착해서 오늘 마지막 설교를 앞두고 기도를 했다.
무릎을 꿇었는데 지난 3년 반 정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해진 이 일정을 우선하느라 다른 요청을 거절하거나 불참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오늘도 부산 CBS 시무예배에 빠지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더 많은 감사가 내 속에서 흘러나왔다.

첫째는 지난 3년 반동안 한 번의 빠짐없이 잘 마친 것이다.
세상 일은 변수가 많고 긴 시간 동안에는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물론 줌 링크 접속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건강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다른 일정과 겹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사히 마쳤다는 건 하나님이 평안하게 지켜주셨다는 걸 증명한다.
그래서 참 감사했다.

둘째는 꾸준히 외부 설교를 하게 된 것이다.
2020년 8월은 내가 잠시 부목사로 있을 때였고, 2020년 12월부터 부산에 내려와서 비신자 사역을 시작할 때였다.
설교 기회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이어서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할 때였다.
목사에게 설교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중요한 부분이다.
비록 온라인일지라도 꾸준히 외부 설교를 한다는 것이 내게 격려가 되었다.
그래서 참 감사했다.

셋째는 규장&갓피플에서 설교했다는 것이다.
나는 신학대학원 재학시절 규장&갓피플을 배경으로 하는 ‘303비전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다.
20년이 지나 그때 그 직원이 아니더라도(물론 그때부터 근속중인 직원도 있다) 그들 앞에서 설교하는 건 적어도 내게는 ‘당신들의 은혜를 입은 목사가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라는 증명이었고, 그들의 수고에 대한 나의 감사이며 보답이다.
그래서 참 감사했다.

넷째는 기독교 기업인 규장&갓피플 직원에게 설교했다는 것이다.
기독교 기업을 표방하는 곳은 사람들 눈에는 부족한 점이 있을지라도 어쨌든 비기독교적 가치가 주름 잡는 세상에서 복음과 기독교 가치를 전하려고 한다.
그런 업체의 직원일수록 하나님 말씀을 들어야 하고, 하나님 말씀으로 인한 지도와 격려가 필요하다.
부족하나마 지난 3년 반 동안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참 감사했다.

지난 20여 년간 간간이 다양한 직장 신우회에서 설교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반 동안의 경험은 그것과는 달리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