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절(修殿節, feast of dedication)

‘수전절’은 유월절, 맥추절, 초막절처럼 익숙하지 않다.
구약에 나오는 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약에서도 ‘수전절’을 언급하는 구절은 요한복음 10:22 한 곳밖에 없다.
하지만 수전절에 대한 지식은 유대인과 성경, 특히 예수님과 유대인의 논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남유다가 BC 586년 바벨론에 멸망하고 이어서 페르시아, 알렉산더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알렉산더 사망 후 제국은 4명의 장군에 의해 나눠지는데, 남유다는 프톨레미 왕국에 속했다.
시리아 셀레우코스왕국이 프톨레미 왕국을 멸망시키고 BC 198년부터 남유다를 지배했다.
BC 167년 안티오쿠스 4세가 스스로를 ‘신의 현현’이라는 ‘에피파네스’라고 칭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하고 성전에 제우스 상을 세우고 할례와 안식일을 금하고, 돼지 피를 제단에 뿌리는 성전 모독을 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 제사장 가문 하스몬가의 마카비가 반란을 일으켜 에피파네스를 몰아내고 성전을 회복했다.
성전에 있던 제우스 우상을 헐고 성전을 정결하고 하고 성전을 수리해서 BC 164년 12월 25일에 새롭게 봉헌했다.
그래서 ‘수전절'(修殿節, 닦을 수, 큰집 전, 절기 절) 또는 ‘봉헌절'(feast of dedication)이라고 한다.
히브리어로 ‘하누카’(빛의 절기)라고 하는데, 유대인들은 이 때를 기념하여 성전과 가정에서 8일간 불을 밝힌다.

바벨론 포로기에 하만이 유대인을 멸망시키려 했을 때 왕후 에스더가 금식하고 왕의 조서를 바꾸게 해서 생긴 ‘부림절(푸르 – 제비, 운명)’과 함께 새롭게 생긴 명절이다.
그러나 하스몬왕조는 BC 64년 로마장군 폼페이우스에 의해 점령된다.
후에 로마에 의해 에돔의 후손인 이두매 사람 헤롯의 아비가 총독이 되었다가 아들 헤롯이 하스몬가의 공주와 결혼하고 분봉왕으로 인정 받으며 헤롯왕가가 시작된다.
로마의 식민지가 되면서 유대인들에게는 부림절과 수전절이 큰 명절이 된다.
부림절과 수전절은 단순히 하나님을 섬기는 명절이 아니라 자기 민족을 해하려는 자들의 의도가 무너지거나 강한 왕국을 물리치고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스몬왕조가 남유다로서는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마카비를 메시야로 생각했다.
100년 정도였지만 그때는 유대인들은 메시야 왕국에 사는 착각에 빠졌다.
유대인들의 메시야에 대한 의식은 다윗처럼 외적을 물리치고 다른 민족을 다스리는 강력한 왕국을 세워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성경을 보면 유대인들이 예수님에 대해서 질문하고 시비를 걸었던 것이 이해된다.
수전절이면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카비를 그리워하고 마카비같은 영웅의 등장을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에게 “네가 그리스도냐?”라고 물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보내신 구원자이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로마로부터 해방시켜 마카비같은 독립왕국을 건설해 줄 영웅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구원이 아닌 자신들의 번성을 바라는 유대인의 욕심은 결국 예수님에 대해 배신감으로 변했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