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목회할 때는 매년 교역자 수련회를 가졌다.
20년 넘게 그랬다.
그런데 부산에 내려와서는 나 혼자 있으며 수련회라는 걸 하지 못했다.
SNS에 교역자 수련회를 갔다는 소식이나 사진이 올라오면 솔직히 부러웠다.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의 상실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2021년 8월 8일 만났기 때문에 ‘영팔영팔’이라고 이름 붙여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 그룹이 있다.
2021년 가을 ‘대화로 푸는 성경:창세기’ 북토크를 함께 준비하면서 그렇게 됐다.
예장통합 교단 유치유아부 교재를 만들고 교역자 대상으로 강의하는 이신혜 전도사님,
숭실대 평화통일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탈북민 사역을 하는 권오성 목사님,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독교 도서관 사역을 하는 정민교 목사님이다.
그동안 매달 한 번 낮은울타리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대화를 나눴다.
이분들과 지난 21일 아침부터 만나 내 승용차로 통영에 갔다.
오전 10시30분쯤 통영에 도착해서 ‘연필등대’로 갔다.
통영은 유명한 문학가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박경리의 고향이다.
그걸 기념하여 등대를 연필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근처 ‘봄날의서점’으로 이동했다.
봄날의서점은 옛날 가정집을 개조한 외양부터 아주 독특하다.
내부도 옛날 가옥 내부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복도도 좁고 쾌적하지 않다.
그러나 나름 운치가 있다.
그래서 서점 자체가 관광포인트가 된다.
교보문고 등 일반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나 자기계발서가 보이지 않는다.
책 제목이나 디자인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들이 많다.
책은 사지 않았고 통영 관광을 기념하는 마그네틱을 하나씩 구입했다.
봄날의 서점 바로 뒤에 있는 ‘전혁림 미술관’으로 갔다.
통영을 지나가다 보면 간혹 아파트 외벽에 독특한 색깔과 독특한 그림을 볼 수 있다.
그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작고한 화가 ‘전혁림’이다.
독특한 구도나 디자인과 색깔로 봤을 때 한국의 피카소라고 할만하다.
점심식사 후 통영 중앙시장 근처 ‘바다봄’이란 카페로 갔다.
이 카페는 폭이 3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통 카페처럼 가운데 테이블을 놓고 앉을 수가 없다.
손님들은 모두 창을 보고 일렬로 앉아야 하는 독특한 구조이다.
마지막으로 통영의 명물인 ‘꿀빵’을 샀다.
중앙시장에는 꿀빵 가게가 많은데 검색을 하고 ‘원조꿀빵1959’로 갔다.
다음날이 정민교 목사님 생일이라 꿀빵을 들고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줬다.
부산에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이었지만 감사하게도 걸어서 이동해야 할 때는 비가 그쳤다.
차로 오가며 서로 격려하고 축복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보니 오늘이 바로 우리들의 교역자 수련회였음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수련회에 갈급해 하는 우리를 위해 5년만에 열어주신, 그래서 너무도 감사한 교역자 수련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