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모임을 하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영상 송출을 배워야 했다.
나같은 기계치는 부담을 넘어 싫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세팅된 딱 그대로만 운영하는 것도 매번 긴장의 연속이다.
영상 송출을 마치고 나면 맥이 풀리고, 한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작년 대형 교회에 몸담고 있을 때만 해도 음성이 나가지 않든가 영상이 나가지 않으면 누가 얼른 달려와서 “지금 영상이 나가고 있지 않다”고 하며 금방 점검해서 해결해 줬다.
그러나 지금은 나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동안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
영상강론을 열심히 잘 마치고 영상을 돌려보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와서 보니 아템미니프로의 음성 신호 스위치가 off로 되어 있었다.
마이크로 음성신호가 들어가는 그래프가 나오길래 양호한 줄 알았는데…
한 번 한 것을 처음인양 다시 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나는 그 시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 한 번 하면 진이 빠진다.
예전 담임목사로서 주일에 3번 설교를 했는데, 한 번 설교를 할 때마다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면 예배는 성도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있어 앞에 했던 설교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그런데 영상을 다시 찍는 것은 카메라에 대고 하는 것이라 완전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새로운 걸 배우기도 했다.
초기 화면에서 다음 화면이 살짝 겹쳐지면서 부드럽게 전환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좀 있어 보이는 것이라 그걸 계속 적용했는데, 오늘 생각지도 않은 데서 실수를 했다.
보통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송출 시작을 누르고 아템미니 송출 소프트웨어에서 화면전환을 누르는데 깜빡 잊고 화면 전환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
방송 내내 초기 화면만 나간 것이다.
강의 3분의 2 정도 쯤 갔을 때 초기 화면만 나간다는 걸 알았다.
20분 정도 초기 화면에 소리만 나갔으니 성경 본문을 읽으며 펜으로 표시하거나 쓰는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에 참석 중이던 분도 견딜 수 없어 나가셨나 보다.
그 자리엔 ‘0’이란 숫자가 보였는데 차라리 위로가 됐다.
방송을 중단하고 나가서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위로를 받았다.
속을 달래고 1시간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스위치를 잘 눌렀고, 실수로 건드리지 않도록 마우스 커서도 딴 곳으로 옮겼다.
똑같은 걸 다시 찍을 때 나는 보통 처음보다 느낌이 덜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번째가 더 나은 것 같다.
누군가가 성경을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용이든, 표현이든, 느낌이든 좀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있었나 보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다시 고백하는 순간이 됐다.
주여, 높임을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