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하면 “딸인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아들이라고 하면 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둘째가 고3때 갑자기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을 때 좀 의외이긴했다.
첫째처럼 차려입지도 않고, 편하다는 이유로 매일 수련회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온 추리닝을 입고 지내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대학도 아니고 국가장학금도 없는 직업학교같은 곳을 가겠다고 했을 때 더 의외였다.
둘째는 서울에스모드에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온 사람도 있고, 미술을 전공하거나 패션쪽에서 일을 하다가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1학년 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제가 많았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그쪽 계통에 있던 학생들은 수월하게 해냈을 것이다.
그러나 둘째는 원래 뭐든 천천히 하는 스타일이라(밥도 아주 천천히 먹는다) 밥 먹듯 밤을 샜다.
게다가 2장을 그리는 과제라면 20장쯤 그려서 그중 마음에 드는 걸 제출했으니 더 힘들었다.
서울에스모드는 직업학원같은 곳이라 장학금이 없기 때문에 나는 등록금을 대느라 힘들었다.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서, 학교 사무실에 가서 카드로 6개월 할부로 등록금을 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은혜이다.
지난 수요일(12/11) 둘째의 졸업 작품 발표회가 있었다.
졸업 작품전에 출품할 모든 작품을 제출하고 사진까지 다 찍었던 날, 둘째가 “언제나 부족함 없게 도와주신 아빠 덕분에 지금까지 무리없이 할 수 있었어요.”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부족함이 없긴, 졸업작품전이라고 마치 기성 디자이너처럼 한껏 멋을 낸 다른 졸업생의 패션에 비해 둘째는 평소 복장에다가 그냥 스카프를 하나 두른 정도로 너무 소박해서 아비로서 미안하고 속상했다.
아직 취업이란 큰 관문이 남았지만, 그저 고맙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