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0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했다.
그 때부터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청소미화원에게는 종종 간식꺼리를 드렸고, 명절에는 따로 선물세트를 사서 전달했다.
오늘 부활절을 맞아 며칠 전 구운 달걀 30개들이 한 박스씩 선물했다.
오늘 예배 중 성찬을 위해 빵을 사러 가는 길에 경비 아저씨가 떨어진 벚꽃잎을 쓸고 있길래 말을 붙였다.
“수고 많으십니다”
“아, 예”하고 고개를 돌린 경비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고 “감사합니다”라고 마스크 위로 눈웃음을 보냈다.
“구운 계란 선물로 주셔서 다른 경비 아저씨와 청소하시는 분과 나눠서 잘 먹고 있습니다.”
빵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경비 아저씨를 만났는데 여전히 비질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경비 아저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서울에서 이사오셨지요?”
“예”
“어쩐지 부산 사람들에게는 없는 분위기가 있어서요. 친절하고…”
“그게 지역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ㅎㅎ”
“저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을지로에서 OO에 다니고, 개봉동에서 OO에 다니고”
“서울에서 사셨군요”
“그럼 부산에는 어떻게 오시게 된건가요?”
“어머니가 부산에 오셨는데 여기 살기 좋다고 하셔서. 마지막 직장이 부산이었고 여기서 퇴직했습니다”
“그러셨군요. 저도 여기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20년 만에 살러 내려왔습니다. 부산이 따뜻하고 살기 좋습니다”
“그렇죠”
그저 오가며 자주 인사하고, 간식을 드리고, 설날과 부활절에 따로 선물을 드렸다.
그 중 한 분이 드디어 약 100일만에 말문을 여셨다.
몸만 이웃이 아니라 마음도 이웃이 된 기분이다.
떨어진 벚꽃잎이 아름답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