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부산으로 이사하는 걸 준비하기 시작하고, 10월에 집 구하러 서울부산을 오가고, 11월엔 집 수리하느라 서울부산 오가고, 12월에 이사하고 1월까지 짐정리하고, 새롭게 부산에 적응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 영상 만들어 올리고, 홈페이지 운영하는 일을 했다.
중간중간 첫째는 입대하고, 둘째 서울에서 지낼 고시원 구해 짐 옮기고, 셋째 예고 입학하고, 넷째 전학시켰다.
예전 같으면 몸살을 해도 서너 번 했을 텐데, 솔직히 아플 새가 없었다.
‘이 정도면 몸살을 할 만도 한데…’하며 불안하게 잠을 청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금요일 막내 치아 교정 때문에 다니던 치과에 가는 일과 생일 맞은 둘째가 겨울 옷짐을 들고 내려오는 것 때문에 하루 만에 서울에 운전해서 다녀왔더니 내려 오는 길부터 허리가 너무 아팠다.
그리곤 토일월은 집 안에서 앉거나 누웠다가 잘 일어서지 못할 정도였다.
다닐 때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다녔다.
너무 불편했지만 드러누워 끙끙 앓는 몸살 보다는 한결 나았다.
오늘 허리가 많이 좋아졌고 날씨도 좋아 아내와 해운대 해변을 걸었다.
출발할 때는 조금 쌀쌀한 듯 했으나 조금 걸으니 이내 더워 겉옷을 벗어 허리에 둘렀다.
햇살과 바람이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었다.
인적 드문 해변에서 문득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신과 양말을 벗어 두 손에 들고 바닷물에 발을 넣었다.
“윽, 차가워”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바닷물은 아주 찼다.
하지만 파도를 피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해수욕장 중간 쯤부터 동백섬 부근까지 걸었다.
처음엔 “어떻게 발을 닦을까?” 했지만, 적당히 따뜻한 백사장을 걷는 동안 발이 말랐다.
앉았을 때 찜질방에 앉는 것처럼 기분좋게 따뜻한 백사장 가장자리 스탠드에 앉아 발에 묻은 모래만 털면 됐다.
일주일만에 바닷가 산책을 했다.
일광욕, 풍욕, 족욕까지 한 풍성하고 행복한 나들이였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도 묻어 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