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독서모임 세미나를 위해 제주로 갈 때 1박의 짧은 일정이라서 평소 메고 다니는 노트북 가방에 세면도구와 얇은 운동복 정도만 챙겼다.
오전 7시 비행기라서 한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항이 붐벼서 놀랐다.
국토대장정 등 단체여행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 보였다.
검색대에서 바로 내 앞에 그런 학생들이 있었는데 짐이 많기도 했지만 검색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항 직원에게 따로 불려가기도 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모양이군. 좋은 경험을 하네 ㅎㅎ’
나는 능숙하게 노트북을 꺼내서 따로 검색을 받고 쉽게 검색대를 통과하려는데 직원이 나를 따로 불렀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맥가이버 칼 갖고 오셨죠?”
“예? 맥가이버 칼이라뇨?”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기념으로 소위 맥가이버 칼을 샀다.
그리고 늘 가방 안에 넣고 다녔는데 평소 여행할 때 노트북 백팩을 맨 적이 없으니 몇 년간 꺼낸 적이 없었고, 나는 새까맣게 잊은 채 그 가방을 그대로 메고 온 것이다.
공항 검색대에서 이물질로 직원의 호출을 받은 대학생들을 측은히 여길 입장이 아니었다.
“버려드릴까요?”
“아니오. 이건 개인적인 기념품이라 버릴 수가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혹시 어떤 항공사입니까?”
“대한항공입니다.”
“대한항공은 수하물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나가서 창구에 말씀하시면 될 겁니다.”
공항 직원의 배려로 처음보는 목걸이 이름표를 걸고 다시 로비로 나갔다.
시간이 촉박하고 당황한 나머지 이름표 사진을 찍어 놓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마침 가까이에 대한항공 창구가 있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항공권 관련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창구에 갈 일이 없으므로 창구에 가서 직원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색했다.
“저, 맥가이버 칼이 걸려서요…”
“예, 항공권 보여주세요.”
“여기있습니다.”
“제주 가시는 것 맞죠?”
“예.”
“수하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제주에 가셔서 찾으시면 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 중국에서 비행기도 아니고 기차여행 중에 이런 식으로 걸려서 제법 좋은 맥가이버 칼을 빼앗긴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친절과 서비스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찾으면 된다는 안도감으로 제주로 향했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거나 순조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