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몸글 앞에 ‘프롤로그’라는 저자의 글 제목이 ‘결코 헛된 것이 없었습니다’이다.
아무 의미없는 것은 없다지만 아무래도 조용한 ADHD인 것 같은 나로서는 그 의미를 대충 헤아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저자는 거의 헤아리는 것 같다.
몇 주 전 일도 다이어리를 찾아보지 않으면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수십 년 전의 일을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그 일들마저도 초당 몇 컷씩 찍어낸 사진을 골라내는 듯한 감각과 현재 자신의 정서와 연결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밋밋하지 않은 단어들을 사용한 표현은 초능력처럼 보인다.
저자가 42면에서 느꼈다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는 순간 나란히 있던 한 권이 재빠르게 기울어진다. 균형이 깨진 곳에 또 다른 균형으로 모양을 만드는 순간을 느끼는 이 기분”은 내겐 등 뒤에서나 벌어지지만 전혀 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그런 초능력으로 가득한 한 문장 한 문장이라서 나는 그 장면을 머리 속에 세팅하느라 한 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상한 것은 몇 장을 넘기지 않았는데 가슴이 아리면서도 몽글몽글하듯 따뜻하다.
주장하지 않으나 따라오게 만드는 필력이 대단함을 느낀다.
나도 저자가 떠올렸다는 빨강머리 앤의 말처럼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살기 힘든 곳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 일어나는 멋진 곳이라고 ‘혜윰’하며 살련다.
세상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필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