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운동단체인 라이프호프의 김주선 국장님이 9월 28일(주일)부터 10월 12일(주일)까지 15일간 부산-강릉 420km를 ‘생명을 향한 한걸음’이란 제목으로 걸었다.
2년 전인 2023년 9월에 김 국장님은 부산-서울 경부선 구간을 걸었다.
그때 내가 호포역에서 원동역까지 동행하며 자살예방 걷기에 처음 동참했고, 라이프호프 자살예방교육 강사양성세미나를 수강하는 계기가 됐다.

첫날은 김 국장님이 수도권에서 출발해서 부산역에 도착한 뒤 오후 4시에 출발해서 부산시청까지 9km만 걸었다.
부산역에서 출발할 때 항서교회 청년부 6명과 둥지청소년회복센터 7명 등이 참여했다.
나는 낮은울타리 예배를 마치고 정리하고 가려니 4시까지 부산역에 도착할 수가 없어서 지하철 좌천역에서 만나서 부산시청까지 걸었다.

부산-강릉 걷기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발걸음을 내딛기만하는 걷기는 별로 힘든 일같지 않지만, 네댓 시간을 걸어보면 걷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평소 그만큼 걷지 않던 사람들은 고관절과 종아리가 아파서 더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김 국장님은 이 걷기를 위해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사실 더 힘든 것은 하루 30km 남짓을 걸은 육신을 편히 누일 수 있는 숙소를 찾는 일이라고 한다.
관광지라면 숙소가 있겠지만 걷기는 관광지로만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북 지방이 올해 봄에 최악의 산불로 큰 피해를 입어서 마을 전체가 전소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 숙소 찾기가 더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걷기를 마치고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시작하는 9/28일(주일)은 부산역-부산시청 구간이고, 29일(월)은 부산시청-일광 임랑해수욕장 구간이다.
김 국장님의 부산광역시에서의 이틀간 숙박을 낮은울타리에서 책임졌다.
29일 부산시청-일광 임랑해수욕장 구간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김 국장님과 함께했다.
오전 걷기에 함께하는 팀은 어젯밤 수도권에서 내려와서 점심 식사 후 돌아갔고, 오후 걷기에 동참하는 팀은 오후 1시에 맞춰 수도권에서 다른 팀이 내려와서 저녁 식사 후 돌아갔다.

나는 매일 4~5km를 뛰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10km를 달린다.
자살예방 걷기에 동참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성실히 달리며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서너 시간을 계속 걷는 것은 예상 외로 힘든 일이었다.
김 국장님은 이 일을 15일을 쉬지 않고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다.
올봄 최악의 산불로 마을이 전소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을 지날 때는 지역 교회와 함께 자살예방 행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국장님은 매일의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나는 매일 그 내용을 공유하며 사람들에게 자살예방운동의 필요성을 알렸다.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유에 동참하고 마음을 나눴다.
걷기하는 기간동안 며칠을 제외하곤 매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몸과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안전사고 위험도가 올라간다.
많은 사람들이 김주선 국장님과 일행들을 위해 기도한 것 같다.
김 국장님의 남편 외에 동행자가 없는 10/4 칠포해수욕장에서 출발하는 구간에 한 번 더 동행했다.
15일째 결국 420km를 완주하고 목적지 강릉역에 다다랐다.

거의 끝나갈 때쯤 평소 소통이 전혀 없던 모르는 사람들이 SNS에 댓글로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달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관심을 위해서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고독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모한 수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한다면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이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