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양평 작은숲속마을에서 열린 동탄시온감리교회 청년부 수련회에서 설교했다.
지난 봄 신민준 목사님이 전화로 요청을 했을 때 거리가 너무 멀고 추석 연휴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할 것 같아서 처음엔 사양했다.
그런데 5월에 직접 부산까지 와서 자신이 내가 담임했던 남서울평촌교회 인근 안양감리교회에서 인턴전도사로 있었고, 그때 내가 안양감리교회 청년부 수련회때 설교하는 것을 인상 깊게 들었다고 하며, 지금 동탄시온감리교회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니 무리한 요구인 줄 알지만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나는 왜 하필이면 추석 연휴에 수련회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여름엔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청소년 수련회, 단기 선교 등의 프로그램에 동원되어 청년부 자체 수련회를 할 여유가 없어서 청년들이 스스로 추석 연휴를 골랐다고 했다.
청년들이 양육 대상이 아니라 쉬운 일꾼 취급을 받고 있고, 당연히 많이 지쳐있을 것이라 여겼다.
아마도 수련회를 통해 ‘죽도록 충성해야 된다’, ‘순교자는 이런 삶을 살았다’는 류의 메시지를 듣고 자신이 소진되고 탈진 상태가 하나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탓하고 오히려 회개하고 충성을 다짐하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나는 이런 청년들이 복음을 제대로 듣고, 성경을 제대로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여겨 수련회 강사를 허락했다.
추석 연휴 양평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집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했는데, 연휴 나들이 차량의 정체가 대단했고 게다가 비까지 내려 네비게이션의 도착예상시간은 자꾸 느려졌다.
시간이 촉박해서 나는 휴게실에선 화장실만 들르고 과자와 음료를 사서 얼른 차로 돌아와 운전하며 요기를 했다.
그래도 8시간이 걸려 저녁식사 마지막에 겨우 도착했다.
설교를 시작하며 8시간 걸려왔는데 수련회 총 설교시간을 합쳐도 4시간이 안되는 것이 억울하니 좀 길게 할 것이라고 알렸다.
나는 바른 기독교 신앙에 이성이 필수적임을 먼저 언급하고, 2시간을 설교했다.
청년들은 처음엔 평소 수련회 강사들과 다른 스타일의 설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설교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60명의 청년들이 조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설교를 한참 이어가고 있을 때 야식으로 주문했던 치킨이 배달되었다고 했다.
나는 치킨이 식으면 맛이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한 후, 수련회의 단골 메뉴인 ‘주여’ 삼창 통성기도도 하지 않고 그냥 내가 짧게 야식을 맛있게 먹고 수련회가 유익하게 해달라고 마침기도를 했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야식을 거부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신 목사님으로부터 피드백을 들었다.
청년들이 치킨을 먹으면서 설교 나눔을 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인 어떤 청년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라며 자신의 믿음과 신앙생활 자체를 돌아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어떤 청년은 나를 향해 두 손으로 엄지척을 해보였다.
둘째날 오전에는 한 시간동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정치와 경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기도 기대했지만 주로 기독교와 성경과 교회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미리 질문을 받아서 상자에 넣었고, 내가 하나씩 뽑아가며 질문을 읽고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시간 역시 호평을 받은 것 같다.
마지막날 저녁 집회는 수련회의 꽃이다.
나는 1시간 반 정도 설교하고, 오늘은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다만 10명 남짓인 찬양팀도 나오지 말고 자기 자리에서 기도하자고 했다.
부르짖어도 좋고, 속으로 기도해도 좋으니 자유롭게 하라고 했다.
다른 수련회처럼 요란한 반주가 없었지만 청년들은 스스로 소리를 내어 진지하게 기도했다.
집회를 마치고 수고한 찬양팀에 다가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임원들과 다른 스태프도 달려와서 같이 찍었다.

모든 설교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 여러 청년들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먼길을 수고하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