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한 동생에게 외동딸이 있다.
아빠가 교육학 박사이고, 엄마가 영재유치원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아주 똑똑하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인 2019년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큰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뇌에서 신경다발이 척추를 따라 내려가는데 거기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11살 어린 나이에 암환자가 된 것이다.
뇌에 물이 차서 물을 빼내는 밸브를 설치하는 수술을 했지만 종양 자체를 제거하는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때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집이 부산이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가끔씩 검사를 받지만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친조카는 그 때부터 거의 학교를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했다.
방금 뜨겁게 익힌 음식만 먹을 수 있고, 그나마 식욕이 있을 때 뿐이다.
시력은 점점 더 떨어져 TV를 켜도 소리를 주로 듣는다.
동생 부부는 언제부터 노랑, 연보라, 연두같이 사람들이 아주 난해한 색상의 옷을 입는다.
사람들이 여럿 있는 곳에서도 딸이 아빠와 엄마를 잘 찾게 하기 위해 동생 부부가 감당하는 배려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조카는 한 번도 찡그리지 않는다.
가까이 있어도 건강상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예전의 밝고 유쾌한 모습 그대로이다.
병원에 있으면서 수술하느라 머리카락을 민 모습이나,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진 모습도 애교스럽게 사진을 찍어 아빠에게 보낸다.
지난 금요일 검사를 하러 삼성서울병원에 갔다가 급하게 입원했다.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입원 짐을 나르는 길에 동행만 했다.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진로를 이끌어 줄지 동생 부부는 고민이지만 다음 일이다.
당면한 것은 입원한 이유가 해소되고 퇴원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으로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감당해야 하는 어린 조카와 동생 부부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