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訃音)

20년 넘게 목회하며 경험한 것 중 하나는 환절기에 장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봄에 많은데, 춥고 긴 겨울을 나신 어르신들이 봄이 되었다고 안도해서 그런지 봄에 부음이 많다.
물론 생명은 하나님께 달린 것이지만 인간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올봄에도 부음이 많이 들린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8년전 천국에 가신 아버지가 많이 떠오른다.
이상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적응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허전하다.
말씀도 별로 없고 표현도 많이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빈 자리가 왜 이리 그리운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 방에 들어서면 늘 그러셨던 것처럼 책상 앞에 앉은 채로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으시며 “왔냐?” 하실 것만 같다.
아버지의 그늘이 얼마나 컸으며, 내가 알게 모르게 아버지를 의지했는지 새삼스럽다.

나도 그런 아비가 되어야 할텐데…
사진은 10년전 학회 참석차 서울에 오셨을 때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