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친상(2)

친구의 부친상 조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내일 화장장에도 가봐야겠어”
“너무 피곤하지 않겠어? 오늘 오후에도 일정이 있고, 내일 오후에도 일정들이 있는데…”
“그래도 가보는 게 좋겠어. 발인은 일찍이라 참석 못하지만 화장장으로 바로 가서 잠깐이라도 보는 게 좋을 것 같애”

토요일 문상을 다녀온 뒤 오후에 약속된 일 몇 가지를 했다.
부랴부랴 누가복음 영상강론 송출까지 마치고 나니 자정이 되었고, 금요일 하루만에 서울을 다녀오는 일부터 연속이라 너무 피곤했다.
일요일 아침 알람보다 조금 일찍 잠을 깨고 샤워를 했다.
깔끔한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화장장으로 향했다.

화장장에 들어서서 친구를 어떻게 찾을까, 전화를 해볼까 하는데 친구가 날 먼저 봤다.
목사 친구가 일요일인데 화장장까지 찾아 온 것에 적잖이 놀라고 고마운 눈치였다.
가족과 가까운 친척 외엔 아무도 없었으니.
가족과 친척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오히려 친구 어머님이 나를 다른 친척에게 소개했다.
“아들 친구인데 아버님이 부산대 교수였고, 지금 목사하고 있어요. 일부러 왔네요”
이번엔 내가 놀랄 차례였다.
선친 이야기는 아마 고등학교 때 처음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나왔던 것 같은데 그걸 기억하고 계셔서 놀랐다.

친구와 따로 의자에 앉았을 때, 친구가 말했다.
“신욱아, 여기 와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는 걸 보고 놀랬다”
“나는 그동안 거의 격주로 장례식을 치뤘는데…”
“정말? 대단하다”
“목사는 위독하신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마지막 후회를 듣기도 하고, 그분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죽음’을 일상으로 접하다 보니 조금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 장례식 문상을 가기도 하지만 어쩌다 가는 일이고 죽음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상주가 되니 뭘 어떡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런 사람들이 많지.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그래서 목사는 집례할 때 유가족과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해. 입관할 때 간혹 수의입히는 장면을 처음부터 다 지켜보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로 덕스럽지 않더라고. 그래서 유가족을 위해 꼭 수의입히는 장면을 봐야하는 것 아니니 다 입히고 얼굴만 볼 수 있는 상태에서 보도록 권하기도 하고, 장지에서는 간혹 상여꾼들이 지방 풍속이라며 장난 비슷하게 저승가는 여비가 부족하다며 봉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도가 지나쳐 심하다 싶으면 유가족들은 아무 말 못하니 목사가 뭐라고 하기도 하고”
“그렇구나. 지도자는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싫은 소리도 해야지”

코로나로 예식장이 폐쇄되어 많은 사람들이 있는 넓은 대기실에서 간간이 오열하는 소리가 나는 가운데 나는 친구와 의외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