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당한 친구는 자형이 원불교 교무라며 소개했다.
‘교무’는 원불교의 목사같은 직분이다.
친구의 자형은 성직자다운 분위기가 풍기는 분이었다.
친구는 자형이 원불교 교무로서 장례를 집례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친구 자형은 화장장의 예식장이 코로나로 폐쇄됐고, 그 외에는 독립된 공간이 없어서 따로 예식을 하지 못하고 화장이 시작되면 아주 짧고 조용하게 떠나보내는 기도같은 걸 하는 게 좋겠다며 상주인 친구와 의논했다.
친구는 나를 목사라고 소개했다.
자형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요즘 보기 드물게 친구가 화장장까지 온 것도 놀라운데, 목사라니’ 그런 분위기였다.
워낙 기독교가 타종교를 배척하다 보니 약간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도 보였다.
내가 먼저 ‘강신욱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하고 “원불교 장례식을 본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해서 참여하고 싶은데 이후 일정상 참여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이어 “저는 가끔씩 불교나 원불교 케이블TV를 보기도 합니다”라고 했더니, 그분도 약간 무장해제한 분위기로 “저도 설교 잘한다는 목사님들 설교를 듣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시간이 되어 “다음에 따로 한번 뵈면 좋겠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라고 인사했더니, 그분도 가볍게 목례하며 “열린 마음이 참 좋습니다”라고 했다.
타종교 성직자를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한 것이 처음인데, 호평을 들은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정말 만남이 성사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