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응답

기도는 혼자 외는 주문도 아니고 속풀이를 하는 푸념도 아니다.
엄연히 하나님이란 대상이 있다.
그래서 기도를 ‘하나님과의 대화’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응답을 들었다는 사람을 보기가 드물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하나님의 구체적인 응답은 없는 것이고, 내 답답함과 간절함을 토로한 것으로 위안을 삼는 사람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가끔 아닐 때도 있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하면 바로 응답을 주는 기계적인 응답을 잘 하지 않으신다.
기도하라고 하고선 응답하지 않다니 웬 고약한 심술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부모로서 자녀를 키울 때 어릴 때는 바로바로 지침을 주지만 성장하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자기 동기를 갖게 한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이시다.
오히려 하나님 편에서 어리고 어리석은 우리를 위해 답답함을 참으시고 기다리신다.
기도했는데도 응답이 없으니 사람은 기도를 포기하기도 했다가 답답해서 더 고민하고 다시 기도한다.
그렇게 우리가 고민하며 오래 기도하는 과정을 통해 당면문제 해결에 천착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보게 된다.
즉각 응답하지 않으신 하나님의 뜻도 발견한다.

우리가 원하는 ‘그건 이거야’라는 식의 응답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내 속에서 천천히 하나님의 선한 뜻이 이루어진다.
하나님이 응답하는 방식이다.
여기엔 우리의 성숙에 대한 기대와 대화의 상대로 여기시는 존중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