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남서울평촌교회를 사임하고 부산에 내려올 때 집이 너무 좁아 많은 책을 둘 곳이 없었다.
책을 많이 버렸음에도 책이 많아 박스에 넣어 동생에게 맡겼다.
서울로 가서 지내는 동안도 집에 별로 여유가 없어 책을 정리할 수 없었다.
2020년 12월에 부산으로 다시 이사오면서는 조금 여유있는 집을 얻었다.
그러나 내 방을 영상제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며 배치가 다른 방들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 되었다.
일단 아무 것도 없는 벽을 배경으로 쓰기 위해 벽을 등지고 앉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책상을 벽에서 띄워 놓았다.
그 앞으로 카메라와 조명 등 기자재를 놓느라 다시 여유가 없어졌다.
작은 책장에 책을 두 겹으로 쌓아놓고 있었다.
동생이 나를 생각해서 정리할 여유를 주느라 한 번에 한 박스씩 갖다 주고 있다.
기존에 있던 작은 책장에 두 겹으로 책을 분류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쌓아도 자리가 모자라게 되었다.
갈 곳 없는 책 박스가 현관에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니 식구들 왕래가 불편해졌다.
장마가 시작되고 우산까지 들락거리게 되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책장을 사기로 했다.
이제 따로 사무실이 있어 다시 옮길 것도 아니니 오래 쓸만한 견고한 책장을 구하려 원목가구점으로 갔다.
그런데 원하는 사이즈의 책장을 보니 가격이 거의 100만원 수준이었다.
직원이 점심시간이라 가게문을 열어둔 틈을 타 잠깐 보기를 잘했다.
저렴한 조립가구를 파는 이케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목가구 가격의 1/3이 되지 않는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좁은 책장 3개를 샀는데, 조립 전이지만 책장이 무겁고 길어 승용차에 실을 수 없었다.
배송을 의뢰하며 조립도 부탁할까 생각도 했지만 힘들어도 내가 하고 10만원을 아끼자 싶었다.
다음날 장맛비가 내리는데 책장 자재들이 도착했다.
박스가 비에 젖어 찢어진 곳도 있었으나 내용물은 이상이 없어 수령증에 싸인을 했다.
작업용 장갑, 전동 드릴, 고무 망치, 칼, 가위 등 작업도구들을 창고에서 꺼내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작은 박스부터 했다.
천장이 조금 높은 것 같아 천장까지 꽉 찬 책장을 만들 계획으로 추가로 더 산 것들이다.
작은 것부터 잘 하고 나면 큰 것도 할 용기가 생길 것 같았다.
박스를 뜯어 바닥보호재로 쓰고 설명서를 보면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앞뒤로 문을 열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땀이 흘렀다.
남들이 보면 대단한 것 만드는 줄 알 정도였다.
고무 망치로 나무를 맞추면서 고무 망치 사놓기를 정말 잘했다 생각했다.
예전에 안양에서 살 때 광명 이케아에서 아이들 책장을 만드느라 산 것으로 기억한다.
조립에 정신이 팔려 사진 찍는 것을 놓쳤다.
3개를 다 만들고 본격적으로 책장을 만들었다.
책장 나무는 원목이 아님에도 아주 무거웠다.
조립을 위해 이리저리 옮길 때마다 낑낑거리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신음소리를 낼 때마다 치노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며 자기도 낑낑댔다.
원래 책장 조립을 오전에 끝내고 해질녘에는 책장 정리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책장을 다 만들고 나니 오후 4시쯤 됐고 이리저리 옮겨가며 자리배치하는 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리배치하면서 큰 착오를 깨달았다.
책장을 사기 전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길이를 재고, 그 길이에 맞춰 책장과 추가 부분을 산 것인데 10cm이상 높이가 모자랐다.
다시 길이를 재보니 내가 눈금을 잘못 읽은 것이었다.
계획대로 새로 산 책장 위에 추가 부분을 올리지 못했다.
버릴 수도 없고, 치노 집으로 하기도 이상해서 기존 낮은 책장 위에 그냥 올려 놓았다.
자리 배치를 마치니 해질녘이 됐다.
최근 운동도 열심히 하고 몸도 가벼워졌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였다.
허리와 팔다리가 쑤시고 온몸이 아픈 것 같았다.
조립비용 10만원을 아끼려다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정리는 끝내지도 못하고, 몸만 쑤시게 됐다.
책 박스를 뜯기는 했는데 다 정리하지 못하고 벌려 놓았다.
그래서 완성한 책장 사진을 찍지 못했다.
7월 내로 책장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