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한 학기를 끝냈다.
가을에 입대 예정이라 고시원에서 방을 빼야 했다.
차를 갖고 올라가 짐을 싣고 내려오기로 했다.
고시원 방을 뺄 때 현금으로 낸다는 청소비가 3만원이라고 했는데, 깜빡 잊고 현금을 챙기지 못한 것이 상경 중 기억 났다.
둘째에게 전화했다.
“혹시 청소비 낼 현금이 있니?”
“예, 근데 5만원짜리 하나밖에 없어요”
“오히려 잘됐다”
“왜요?”
“총무 아저씨가 그동안 너 잘 봐주셨는데 작은 선물을 준비하지도 못해서 5만원 드리려고 생각했거든”
“아…”
고시원에 도착하고 보니 좁디 좁은 방에 짐이 가득이다.
그동안 겨울 짐을 몇 번 옮겼는 데도 짐이 많아 놀랐다.
학교 사물함을 비워 와서 그렇단다.
한 사람이 사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살림살이가 필요한지.
짐을 다 옮기고 둘째가 고시원 입실할 때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은 이야기를 한 50대 후반 총무 아저씨를 만났다.
“그동안 저희 아이를 잘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인사도 잘하고 뭐라 말할 것이 없는 학생입니다. 앞으로 뭘 하든 잘될 겁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청소비입니다”라며 5만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잔돈이 없는데…”
“일부러 5만원짜리로 드리는 겁니다. 작은 감사라도 표현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아서… 시원한 간식이라도 드십시오”
“감사합니다”
차 안에서 둘째에게 기도하자고 했다.
둘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고, 나는 눈을 뜨고 운전하며 소리를 내어 기도했다.
과제가 너무 많아 초반에 많이 힘들었던 2학년 1학기를 잘 마치게 해주신 것을 감사했다.
공간도 좁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다 시원찮은 고시원에서 잘 지내게 해주신 것도 감사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의 많은 생각과 고민이 앞으로 군대를 가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양약이 되게 해달라고 구했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는 것을 믿는 담대한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자 둘째가 “아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