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10)

원래 다이어트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젊을 때는 힘으로 무게를 감당하면 되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금방 ‘다이어트를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다들 다이어트가 너무 힘들다고 하고,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요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올봄 몸이 내 무게를 견디기 힘들다는 느낌이 와서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거의 85kg에 육박하는 몸무게에서 75kg을 목표로 잡았다.
일주일에 500g씩 20주에 걸쳐 감량하겠다고 나름 현실적으로 계획을 잡은 것 같지만 사실 거의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이었다.
3~4kg을 빼 본 적도 없는데 10kg이라니.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알고 들은 소문들이 있어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나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아내가 옆에서 함께 다이어트를 해주지 않았다면,
100g이라도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함께 기뻐하고 격려해 주지 않았다면,
며칠째 몸무게가 그대로일 때 원래 그런거라며 다독여 주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다이어트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단 것, 간식, 밀가루, 야식을 멀리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다이어트에 매이거나 눌리지 않고, 내가 다이어트를 조절하는 사람임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주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든가 ‘어떤 음식은 먹으면 안된다’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언제까지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든가 ‘변화가 없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초조하다’같은 생각이 없어졌다.
일주일에 한 번 날짜를 지켜 하던 치팅데이를 일주일에 두 번하기도 하고, 하루에 점심 저녁으로 밀가루 음식을 먹기도 했다.
76kg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며 오르락내리락할 때 ‘이걸 그냥 내 체중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가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75.9kg이 나왔다.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110일만에 75kg대가 되었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제도 점심 때 밀면을 배달시켜 시원하고 매콤달콤한 국물까지 다 먹었고, 저녁에는 아내가 준비한 닭 볶음탕을 양껏 먹었다.
그러나 체중은 별로 변화가 없다.

매이지 않으니 마음이 편해졌고,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다이어트가 절로 되는 것 같았다.
어떤 운동이든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난 다이어트에 힘을 빼게 된 것 같다.

난 수영을 배우며 힘을 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수영장 레인에서 앞서가는 웬 할머니를 추월하려다 오버페이스로 고생하고 내 속도를 찾는 과정에서 힘을 빼게 됐다.
수영이 편해졌다.
할머니가 나를 앞서가도 상관없고, 어린이가 앞서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내가 됐다.

그렇다고 다른 운동도 절로 힘을 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즐겨했던 축구를, 40대가 되어서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뛰었던 축구를, 50세가 넘어 힘으로 할 수 없게 되자 힘을 뺄 수 있게 됐다.

도시선교도 그런 것 같다.
“부산을 내게 주시옵소서”같은 의욕이 아니라,
“이 한 몸을 불사르렵니다”같은 열심이 아니라,
생각과 방향이 달라진 나의 삶을 그냥 살면 되는 것 같다.
이 나이에 더 이상 종교적 거품으로 치장하는 것도 우습고,
이 시대에 외양을 키우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다이어트는 내게 큰 교훈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