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만난 친구들

지난 토요일인 8월 14일 낮잠을 자는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신욱아, 뭐하노?”
“누구십니까?”
“내 강국이다”

이강국(왼쪽에서 두 번째)은 고3때 우리반 1등하던 친구였다.
내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스프링 연습장에 적어 푸는 방법을 물었을 때
“정석 00페이지에 있는 문제네. 그대로 외워라”라고 해서
수학도 암기과목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친구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한 후 일본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5년 전부터 SNS에서 연결되어 그 때부터 소식을 주고 받았다.
주요 일간지에 경제칼럼을 연재하는 친구는 경제관련 서적을 몇 권 집필했는데 나도 그 중 두 권을 사서 읽고 경제에 조금 눈을 떴다.

그 친구가 부친이 편찮으셔서 잠시 귀국했다며 원래 계속 만나던 또다른 동창 이대웅(왼쪽에서 세번째)을 만나 내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나를 찾은 것이다.
순식간에 번개가 이루어졌다.
자그마치 35년만의 만남이다.

“진짜 오랜만이다”
“하나도 안변했네”
“아버님은 좀 어떠시냐?”
“많이 안좋으시지”
“우리 나이가 그런 걸 겪을 때인 것 같다”
“그러게”

또 한 명의 고등학교 동창인 박춘석(왼쪽에서 네번째)도 만났다.
고등학교 동창들만 할 수 있는 신랄한 추억부터 살아온 이야기들을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눴다.
이제는 인생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달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가벼운 웃음 속에도 진지함이 있다.

친구들은 내가 목사가 된 것이 좀 의외였나 보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비신자이고 오히려 기독교에 대해 좀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해줬다.
친구들이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후 6시 전에 헤어지며 다시 만나 이야기 좀 많이 하자고 했다.

하루 뒤 이대웅이란 친구가 따로 SNS에 글을 남겼다.
내가 수도권에서 중형 규모 교회의 담임으로 있다가 모든 걸 내려놓고 부산에 내려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을 때 믿고 안믿고를 떠나 그 자체로 가슴이 뭉클했다던 친구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화면캡처 강신욱]

목사인 내가 보기에도 고등학교 시절의 순수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친구이다.
이 친구와 성경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