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광염교회에서 지낼 때 담당교구 성도 중 이경윤 집사님이란 분이 계셨다.
중증장애인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전동차 위에서 지내는 분이다.
심지어 어떤 때는 잠도 전동차에서 주무실 때가 있다.
손가락도 장애가 있어 휴대폰을 사용하시는 것이 대단하다 싶을 정도이다.
코로나 전에는 새벽기도회를 거의 빠지지 않으셨다.
일요일이면 아침 일찍부터 오셔서 저녁 예배 후까지 하루 종일 교회당에 계셨다.
이런 분이 코로나가 터지고 교회당에 올 수 없으니 얼마나 상실감이 크셨을까 싶다.
교회의 도움으로 중고서점을 운영하시는데, 코로나 이후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으로 이사와서 책장을 줄였기에 많은 책을 빼내야 했다.
이미 서울-부산 이사를 두 번하며 많이 줄였지만 그래도 더 줄여야 했다.
이왕 줄인 것 좋은 것을 골라 이 집사님께 드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에 이름을 적거나 이니셜을 표시하는 것 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보는 편이라 책 상태가 좋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신학서적이나 신앙서적은 물론이고, 팩트풀니스나 도넛경제학 같은 일반 서적도 챙겼다.
한 박스를 만들어 지난 8월 6일 밤에 서울까지 가는 일을 만들어 갖다 드렸다.
집사님은 반가이 맞아주셨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나눴다.
집사님도 퇴근을 하셔야 해서 더 길게 계실 수 없었다.
“집사님, 헤어지기 전에 오랜만에 제가 기도해 드리고 싶습니다” 말씀드렸더니 집사님은 “예, 기도해 주세요”라며 기뻐하셨다.
울컥하는 걸 참으며 겨우 기도했는데, 기도를 마치자 집사님은 눈물을 닦으셨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야 된다며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하셨다.
장애인 콜택시는 서울시내에 찾는 이가 많아 불러도 최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일정을 핑계로 먼저 나섰다.
집사님은 내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