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2021년 9월

9월은 8월에 이어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이었다.
명절과 연휴가 왜 하필 이 때 있을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그동안 토요일 밤 11시에 규칙적으로 누가복음 영상강론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는데, 8월부터 주말에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영상을 하루에 두 개씩 몰아서 송출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마음을 쓸 여유가 없을 만큼 마음이 무너진 시간이었다.

입대한지 9개월 너머만에 첫 휴가를 나온 장남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 오랜만에 집에 왔으나 편한 마음으로 푹 쉬지도 못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겨우 추슬러 복귀한 장남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일상은 유지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9월 2일 오전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직장 경건회에서 설교했다.
9월 5일 주일에는 4년전 개척해서 중형교회로 잘 성장하고 있는 교회에서 설교했다.
명절 연휴가 제법 길고, 코로나 백신 접종 여파로 비신자와의 성경공부는 3회밖에 하지 못했다.

대신 고등학교 동창 1명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같이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긴 대화를 나눴다.
대화가 잘 됐다.
종종 이 친구와 만나게 될 것 같다.

직접 어려움을 겪거나 교인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 중인 목사님이나 목회자 부부를 6차례 만났다.
목회의 현장에는 정말 별별 이야기와 사연이 있다.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다.
그저 인내하며 기도할 수밖에.

이번 달 특이한 점은 말기암 환자 두 분과 연결이 됐다.
한 분은 지인의 어머니, 한 분은 내 건강을 도와주셨던 경락 마사지샵 남자 원장님이다.
공교롭게도 두 분의 성이 다 ‘조’씨이다.
한 분은 집은 부산이지만 서울의 유명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통화를 했고, 한 분은 내가 경기도 안양의 댁을 방문해서 만났다.
사실 기독교 신앙이 아닌 두 분이 다 마음을 열고 목사인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기도제안을 받아주셔서 그분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다.

10월 초에 둘째도 강원도 철원으로 입대한다.
12월에는 주일 예배모임을 시작할 예정이라, 장소나 모임형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런저런 일로 23일부터 25일까지 금식했다.
감사하게도 힘들지 않게 잘 마쳤다.

낮은울타리에 영상을 포함해 37개의 글을 올렸다.
벌써 총 350개나 되는 글이 올려져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