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2명과 성경공부(5) – 계시록 개관

40대 여성 비신자 3명과 성경공부를 했는데, 그 중 1명이 취직을 하게 되어 공부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덕분에 이분들을 내게 소개했던 분이 비게 된 자리에서 함께 공부하게 되어 테이블에는 여전히 4명이 앉게 됐다.
사실 소개하신 분이 취직한 분을 차에 태워 성경공부에 참여하게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 때문에 그동안 자신은 다른 곳에서 공부가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참석자로부터 공부내용을 들으며 종종 내게 자신도 공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튼 소원을 성취하게 됐다.

현재 모임 시간을 무슨 요일 몇 시로 고정하지 않고 있다.
마칠 때마다 다음에 4명이 빠짐없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한다.
그동안 주로 월요일에 모였는데 이번에는 월요일이 대체휴일인 관계로 금요일에 모였다.
모임장소로 자주 사용했던 카페는 월요일에 자리가 넉넉했다.
거의 원하는 장소, 그래서 익숙해진 장소에 앉았다.
그러나 요일을 바꾸자 그 시간에 이미 사람들이 많아 빈 공간이 있는 다른 카페로 옮겼다.

추석 연휴 때문에 거의 한 달만에 보게 됐다.
만나서는 먼저 백신접종 이야기를 했다.
2차까지 완료한 사람도 있고, 나와 1명은 1차를 마치고 2차를 기다리고 있고, 1명은 곧 1차를 맞을 예정이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하세요?”
“원래는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사건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다른 계획을 갖게 됐습니다”
“왜요?”
“방금 우리가 백신접종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백신접종을 신앙과 연관시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백신이 교회와 관련이 있나요?”
“혹시 666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들어봤다고 하면 이야기가 더 쉬운데, 666 설명부터 해야 했다.
“요한계시록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외국 영화 중 귀신이 나오는 영화에 보면 가끔 성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예, 본 것 같아요”
“그럴 때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이 성경 제일 마지막에 있는 ‘요한계시록’이에요. 거기에 하나님을 거역하는 숫자라며 나오는데 그게 666이에요”
“그런 게 있어요?”

내 스마트폰 성경앱을 열어 요한계시록 마지막 세 구절을 보여주게 됐다.
나는 성경 앱을 두 개 사용한다.
하나는 원어를 보기 위한 ‘픽트리 성경’이고, 또 하나는 현재 한글성경으로 보고 있는 개역개정을 비롯해 각종 우리말 번역과 영어 번역이 있을 뿐 아니라 듣기도 가능한 ‘갓피플성경’이다.
평소엔 우리말 개역개정과 영어 NIV를 함께 보는데, 이분들과 한 눈에 같이 보기 위해 한글만 남겼다.

"그가 모든 자 곧 작은 자나 큰 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자유인이나 종들에게 그 오른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고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한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것은 사람의 수니 그의 수는 육백육십육이니라"  
(요한계시록 13:16-18)

“마지막에 보면 666이 나오죠?”
“그러네요”
“위에 보면 오른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한다고 했지요? 왜 표를 받게 한다고 했지요? 표를 받지 않으면 매매를 못하게 하니까요”
“그렇게 적혀 있네요”
“최근 백신패스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미국 어떤 항공사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해고한다고 하고, 콘서트장 같은 장소에 들어갈 수 없게 한다고 하기도 하고”
“들어봤어요”
“그들의 주장은 백신을 맞아서 뭐하냐는 거죠. 여행하고 모여서 놀고 즐기고 쾌락을 추구하고. 이것은 하나님이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백신이 666이라네요”
“우리는 먹고 놀기 위해서 백신 맞은 게 아닌데요. 혹시라도 내가 아이들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으니까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맞은 건데요”
“목사님,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어느 교회에서 그러는 건가요?”
“어느 교회는 아니고요. 그 사람이 보내준 유튜브를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의외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어떤 목사님이 영향을 받았다면 그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치겠죠”

“그래서 이렇게 된 김에 요한계시록부터 하자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희야 어디서부터 하든 상관이 없죠. 다 모르니까요 ㅎㅎ”
“의외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요한계시록을 다들 어려워하고 심지어 잘 보려고 하지 않기도 해요”
“그래요? 교회 다니면 성경을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요?”
“지구 종말에 일어날 내용이 기록되었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고 심지어 무섭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상징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음서를 읽으면 ‘아, 예수님이 이렇게 하셨구나’ 알기도 하고, 지혜서를 읽으면 ‘이럴 땐 이렇게 하면 좋겠구나’ 깨닫기도 하는데 계시록은 그러기가 어렵다는 거죠”
“그렇게 어려운 책인데 우리가 공부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요한계시록의 ‘요한’은 이 책을 쓴 사람의 이름입니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영어로는 ‘John’입니다. ‘John’이란 영어 이름은 좀 익숙하시죠?”
“예”
“사람들이 ‘계시록’을 ‘감춰진 책’이나 ‘비밀스러운 책’으로 생각하는데, 원래 ‘계시(啓示)’라는 말은 ‘열린다는 계(啓)’와 ‘보인다는 시(示)’자를 쓴 데서 알 수 있듯이 이건 다른 성경과 마찬가지로 열어서 봐야하는 책입니다. 영어로는 ‘revelation’인데, 이 단어도 ‘드러내다’라는 동사 ‘reveal’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 제일 처음에 보면 “이 책을 읽는 자와 듣는 자가 복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어렵죠?”
“지금의 시각으로 보니 그렇습니다. 일단 이 책이 쓰여진 배경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당시는 기독교가 로마로부터 심한 핍박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이 글을 쓴 요한도 핍박을 받아 어떤 섬에 귀양가서 썼습니다. 그러니 요한은 담임목사가 체포당하고 없어지는 상황 속에도 혹 개인적으로 닥쳐오는 핍박의 상황 속에도 성도들이 기독교 신앙을 잘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겠네요. 목사님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신앙을 지키기가 어렵겠네요”
“그런데 요한이 거기에 ‘로마가 핍박한다. 핍박하는 로마 황제는 나쁜 놈이다’ 이렇게 쓰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더 핍박 받겠지요”
“맞습니다. 그래서 로마 시대인데도 ‘로마’라는 언급이 한 번도 없습니다. 대신 로마보다 아주 먼옛날의 대제국 ‘바벨론’을 언급합니다. 머리가 7개이고 뿔이 10개 이고, 눈이 7개라는 짐승이야기도 나오고요. 만약 로마군인이 이 편지를 빼앗아 읽으면 마치 환타지 소설을 읽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맹의 성도가 이 글을 읽지는 못해도 누군가 읽어줬을 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소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라는 점이죠. 당시 교인들에게는 익숙했을 2천년 전 로마시대의 문화와 그보다 더 전부터 있었던 구약 성경의 배경이나 내용까지 고려하면 이 책은 읽고 갸우뚱해지는 책이 아니라 속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굳건해지는 책이었다는 겁니다. 우리도 다는 모르지만 최대한 가까이가면 좋지요”

“마블 영화 보신 적 있으시죠? 마블 영화 시리즈를 재밌게 보려면 마블 세계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예”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 새로운 그들만의 세계관을 공부해야 한다니 어이없죠. 그런데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이게 맞다, 저게 맞다 토론도 하면서 이야기를 맞추기도 하고. 저같은 사람은 액션 중심으로 보니까 줄거리를 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데 열심인 사람들은 어떤 장면이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라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도 독특한 세계관으로 봐야 이해가 됩니다. 영화는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고 재미로 봐도 되지만 성경은 동서고금을 꿰뚫고 있는 책이니 반드시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 성경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 요한계시록입니다. 그런데 요한계시록은 다른 성경처럼 시간 순서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마블 영화에서 7차원의 세계가 동시에 열린 장면 보신 적 있으세요? 마치 그 장면을 글로 옮겼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침 마블 영화와 마블 세계관이 떠올라 언급을 하게 됐는데, 다행히 이분들이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 중 12장부터 14장까지 공부하려고 합니다. 12장에는 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요”
“용 이야기요?”
성경에 ‘용’이 나온다니 아주 의외라는 반응이다.
“예, 13장에는 아까 봤던 666이야기가 나오고요. 14장에는 혹시 14만4천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신천지가 말하는”
“예, 들어봤습니다”
“한동안 그런 이야기 하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3명 다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듣는 것이다.
공부 분위기가 아니라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느낌이라 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