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는 뮤지컬을 전공하는 고1이다.
어제 둘이서 저녁을 먹는데 “아빠, 고민이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전공을 바꾸고 싶어요?”
“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언제부터?”
“1학기 공연 마치고 나서부터요”
“1학년으로서는 넌 정말 잘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 부담되는 게 있니? 선배 중에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그런데, 왜?”
“그냥 고민을 하게 돼요”
“선생님하고 이야기는 해봤니?”
“아니요, 선생님보다 아빠가 우선이니까 아빠에게 먼저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서요”
“그래, 고맙다. 그런데 아빠는 그쪽 분야를 잘 몰라서 해줄 말이 없구나. 이제 정말 기도해야 될 때가 왔나 보다”
“아빠도 너처럼 고1때 문과 이과를 선택해야 했어. 그 전까지는 이걸 선택하면 다음에 저걸 하면 되고, 그 다음에 다시 이걸 해도 됐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정말 힘들었지. 그래서 기도하기 시작했어. 처음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뭡니까?’라고 기도했는데 그게 틀린 기도라는 걸 깨닫게 됐어. 아빠가 너에게 특별히 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원하는 게 없는 것처럼 하나님도 마찬가지야. 사실은 내가 되고 싶은 걸 찾는 거지. 내 감정이나 주변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찾아가는 것. 대신 선택과 포기를 배우고 경험해가면서. 이게 힘든 것 같아. 그래서 더 기도하게 되고”
이야기를 마치고 셋째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셋째가 인생을 잘 배우며 진로를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오늘밤 너도 하나님께 기도해. 그리고 내일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드려봐. 그리고 다시 고민해 보자”
셋째는 그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