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말에 부산으로 이사와서 1월부터 설교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비신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그들의 형편에 맞춰 만나다 보니 토요일 밤 11시가 다른 일정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시간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시간에 정기적으로 설교 영상을 올렸다.
별도의 예배당이 없고, 노회가 인정하는 교회가 없지만 그래도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그 일정을 지켰다.
그러나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가 없다.
8월부터 가정의 형편 때문에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아무도 강제하거나 항의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교역자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기에 스스로와의 약속을 한 것인데, 그것을 지키지 못할 때 난 상심이 컸다.
‘그 작은 자부심 하나마저도 다 버려야 하나?’
‘이건 교역자로서 기본 중의 기본인 성실성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를 자책하기도 했고, 솔직히 비참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 가족이 내 목회를 뒷받침하기 위해 감당한 희생과 헌신을 알기에,
어린 자녀들이 목사의 자녀로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받은 스트레스를 알기에,
이번에는 목회자의 성실함과 내 작은 자존심이 망가지더라도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택했다.
목사인 내게 토요일 늦은 밤에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꼭 감당해야 할 일이 생길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이번에는 내가 아닌 가족을 택했다.
누군가는 목회자의 자질을 운운하며 비난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비난을 받을 지언정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번 달에도 두 주간이나 설교 영상을 올리지 못했다.
덕분에 오늘 몰아서 세 편의 영상을 찍었다.
밤 11시부터 시작해서 10분 남짓의 영상을 찍으니 자정이 넘었다.
중간에 옷을 갈아입는 성의라도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라도 유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기 시작한 영상인데 사실 내가 가장 유익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