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12월 7일 저녁 7시 가까이 도배를 마쳤다.
도배 후 환기를 시켜 풀을 말려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안된단다.
베란다 새시 등 외부 문을 다 닫고 내부 분은 다 열었다.
기사님들이 큰 쓰레기와 도배장비들을 챙겨 나가셨다.
순간 자리에는 적막이 흘렀다.

나는 전등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조명은 다 껐다.
그리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잠시 하루동안 이루어진 일들을 돌아보고 이내 기도를 시작했다.
앞으로 이곳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자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하나님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 주셨는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존재인지 깨닫고, 세상을 새롭게 보고, 인생을 새롭게 사는 곳이 되기를 간구했다.

갑자기 내가 한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말씀이 떠올랐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이 말씀을 한참 읽고 암송했던 것이 20년 전이었는데.

장소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문의하고, 장소를 보러 다니고,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하고, 도배 색상을 선정하는 것은 나였지만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이끌고 계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하나님, 제가 알지 못하는 일, 제가 작아서 기대하고 구하지 못했던 일을 이곳을 통해 행하십시오”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