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암송 카드

성경말씀은 묘한 능력이 있다.
내가 신대원 시절 여운학 장로님이 만드신 303비전 장학회를 통해 성경을 수백 구절 암송하면서 직접 체험했다.
내가 암송하기 위해 애쓰는 정도를 넘어서니 암송하려 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말씀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떠올려지는 걸 경험했다.

담임이 되었을 때 당연히 그 은혜를 성도와 나누고 싶었다.
보통 교회에서 하듯 매주 한 절 정도 암송하는 식이 아니었다.
교독문 길이 정도들 두 달씩 반복해서 자연스레 암송하도록 했다.

맛을 보신 분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매일 암송가정예배를 하시는 분도 생겼고, 영어로 150절 이상 암송하시는 어르신도 생겼다.
주일학교에도 적용해서 매년 성탄절 행사 부서별 발표 때에는 일단 성경암송이 꼭 들어가야 했다.
거의 1년 내내 반복하기에 일부러 암송을 거부하지 않는 한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처럼 따라하다가 묻어가다가 자연스레 암송하게 했다.
유치부 아이들이 사랑장인 고린도전서 13장을 암송하는 모습이란… 보고 들은 사람만 아는 감동이다.

교회 표어가 되는 이사야 60:1-3과 61:1-3은 매년 1월과 2월 두 달간 반복했다.
10년을 그리했더니 1월과 2월에는 매주 교독문 시간에 수백 명이 소리를 맞춰 암송하는 장관을 이루었다.

내가 사임한지 만 3년이 넘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처남 집에서 눈에 익은 암송카드가 보인다.
홀수 달마다 주보에 넣던 암송카드이다.
하지만 예전 것이 아니라 2022년 1월 것이다.
나는 사임했지만 남서울평촌교회는 성경을 암송하는 좋은 신앙습관을 지속하는 걸 확인하니 참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