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과 자격

교회에서 성실히 신앙생활을 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에게 장로, 안수집사, 권사 등 직분 받을 것을 권하면 보통 일단 사양부터 한다.
대부분 아직 당해 직분을 감당할 그릇이 안된다는 이유로 사양한다.

나도 그런 이유로 목사 직분 받는 걸 개인적으로 연기할 생각을 했다.
그 때 고민을 선친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아직 목사가 될 자격과 준비가 안된 것 같습니다”
그 때 선친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언제 준비가 되겠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이가 든다고 경험을 쌓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직분을 받을 자격이 되어 감당하는 사람은 없다. 감당할 힘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감당하는 거지. 그러다 보면 자신이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이 주신 힘으로 감당하는 것임을 알게 되고 겸손할 수밖에 없다”
선친의 말씀을 듣고 나는 감히 그리고 겸손히 목사 직분을 받았다.

나는 직분을 사양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도와 숙고의 과정을 겪은 후 직분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직식을 영광스럽게 여기고 겸손하게 직분을 감당한다.
긴 시간 직분을 감당한 후 은퇴하시는 분들도 대부분 소감을 자신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다고들 하신다.

직분을 받는데 겸손했다면,
직분을 감당하면서도 겸손해야 하고,
직분을 잠시 내려놓을 때에도 겸손해야 하고,
직분을 은퇴할 때도 겸손해야 한다.
대부분은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며 그렇게들 하신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연약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틈엔가 자신에게서 직분을 받을 만한 성품과 자질과 능력을 확인한다.
경험없는 초보 직분자를 무시하고 자신을 기준으로 여긴다.
그리고 자신이 직분을 그만 두거나 은퇴하면 교회가 크게 어려움을 당할 것으로 착각한다.
마치 자신 덕분에 교회가 성장하고 교회가 유지된 것처럼,
마치 자신이 교회의 수호자였던 것처럼.
마지막에 더 추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런 사람일까 두렵다.
직분을 처음 받을 때의 두렵고 떨림으로 직분을 감당하다가 조용히 은퇴할 수는 없는 걸까?
주여, 이 연약한 자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