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다가(요즘 아이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일 것 같다) 아니, 오르내리다가 외국 드라마 ‘빨간머리 앤’에 잠시 머물렀다.
초등학교 때 본 책은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빨간머리 앤이 보육원에서 나와 어느 집에서 살게 된 첫날이었나 보다.
주인 아주머니가 앤에게 기도하고 자라고 하니, 앤이 기도할 줄 모른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기도할 줄 모른다고 한 앤을 아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앤이 기도를 배운 적이 없으니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일단 무릎을 꿇고…”라고 기도를 가르쳤다.
무릎을 꿇은 앤이 질문했다.
“기도할 때마다 이렇게 해야 하나요?”
이 질문은 내게 훅하고 들어왔다.
비신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야 하는 내게 묻는 질문처럼 들려졌다.
이어지는 앤의 말은 더 놀라왔다.
“저는 넓은 들판으로 나가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눈을 뜨고 파란 하늘을 보며 기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데요”
기독교의 형식에 아주 익숙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내용과 소원을 말하라고 기도를 가르치는 아주머니에 대해 앤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절실한 기도를 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자신의 몸이 반응한다.
기도가 하나님과의 소통이라면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마땅하다.
때로는 막막함이라도.
난 기도를 어떻게 가르칠까?
‘온몸으로 느끼는 기도’를 하고, 그 기도를 가르치는 목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