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를 마쳤지만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머리는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식욕이 없어 거의 먹지 못했는데 거기에 진통제와 각종 약들을 먹어서 속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인을 알고 자습 마사지로 몸을 풀고, 무리를 해서 여운학 장로님의 발인예배에 참석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내가 꼭 참석하겠다고 하니 기도순서를 맡겨주셨다.
화요일에 소천하셨으나, 빈소를 마련하지 못해 수요일과 목요일만 빈소를 두었고, 화장장 일정이 맞지 않아 금요일 하루를 건너 토요일 새벽 5시에 발인하게 되었다.
마땅히 빈소를 지킬 자 중 하나였으나 그러지 못한 죄송함에 영결식장의 준비된 자리에 앉은 후 예식이 시작할 때까지 흐느껴 울었다.
그후 화장하는 용인 평온의숲과 안치하는 분당 메모리얼파크까지 함께했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때아닌 3월 중순의 눈바람과 설경은 장로님의 위트를 보는 것 같았다.
아래는 발인예배 때 내가 했던 기도문이다.
인간의 생사와 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사랑하는 아버지요, 존경하는 선생님인 여운학 장로님의 발인예배를 하나님 앞에 올릴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하나님 앞에 올리는 예배가 다 은혜롭고 감사한 것이지만, 저희가 육신을 가진 연약한 인간인지라 한편으로는 큰 슬픔과 서운함을 안고 예배함을 헤아리시고 저희를 위로하여 주시길 간구합니다.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와 팔순 연세에도 역삼각형 몸매로 팔굽혀펴기 하시는 것을 보아왔고, 변함없이 인자하고 온화한 음성을 늘 들어왔기에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다시 뵙고 다시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갑자기 그럴 수 없게 만들고 우리에게 충격과 슬픔을 준 죽음을 저주하며 죄악의 비참함과 인간의 연약함을 돌아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을 다시 육신으로 만날 수 없는 이 아픔과 슬픔뿐이라면 저희는 이 육신의 삶을 원망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지만, 이 작은 죄인들을 위해 영생을 주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로 영광스럽게 재회하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소망을 갖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미 주신 이 위로의 약속을 이 자리에 고개 숙인 우리 모두가 다시 새기며 누리게 하옵소서.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지혜와 경륜으로 90년 전 여운학 장로님을 이 땅에 보내셔서 소년으로 일제 강점기를 겪고, 청년으로 625를 겪고, 가장으로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인간이 갈대와도 같고 꺼져가는 등불과도 같음을 깨닫게 하시고 영원한 것을 사모할 마음을 주셨음을 감사합니다.
진리를 찾는 중 연약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시고, 망망대해에서 일엽편주같이 막막한 인생에 등대같이 주신 그 사랑과 그 진리의 말씀이 너무너무 좋아서 그 말씀을 통째로 암송하고픈 마음을 주셨음을 감사합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인 가정에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교회갱신, 민족개조의 실제적인 꿈인 303비전을 품는 비전보이가 되게 하시고, 롬팔이팔과 무실역행을 솔선수범하셔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 순간까지 암송과 전파의 실천가로 살게 하셔서 90명이 넘는 목회자들과 수천 수만을 헤아리는 암송가족을 남기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희는 하루라도 더같이 계셨으면 하는 소원이 있었으나 예수님의 약속대로 천국에 장로님의 처소가 다 준비되었기에 지체없이 불러 가신 줄 알고 감사합니다.
이 땅에서는 늘 자녀와 제자들을 품어주시고 비전을 보여주셨던 장로님이 이제는 “비전보이 왔냐? 이제 내 빅머니를 받아라”하시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비전의 실재를 확증하고 기뻐하시는 줄 압니다.
이 사실이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소망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여운학 장로님은 육신은 하나님이 정하신 순리대로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육신으로의 마지막 걸음을 합니다.
그 육신의 마지막 걸음을 평생 사랑하고 기도하고 아끼셨던 후손들과 제자들의 손에 이끌리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애굽에서 가나안까지 이르렀던 야곱의 발인을 은혜롭게 이끄셨던 하나님께서 오늘 믿음의 사람 비전보이 여운학 장로님의 발인을 은혜롭게 인도하여 주시고, 장례의 마지막 절차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게 하옵소서.
발인을 따르는 우리 모두가 예수님이 열어주시고 장로님이 먼저 가신 그 길을 잘 따라가게 하셔서, 우리 모두가 그 비전의 실재를 확인하는 부활의 그날에 기쁨으로 다시 만나게 하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붙잡아 주셔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전하게 하시고, 전하는 자와 듣는 자들이 하나가 되어 주님께 영광 돌리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어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