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욱아, 지금 시간 좀 괜찮냐?”
부산에 내려와서 연락이 닿아 기도는 늘 하고 있지만 한두 달에 한 번씩 주말에 만나 식사를 하는 친구인데, 주중에는 이런 연락이 없었기에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럼, 무슨 일이 있냐?”
친구는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말했다.
들어보니 이 친구는 너무 착해서 중소기업에서 50대 부장으로서 스스로도 예전같지 않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동갑이며 동료가 농반진반의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데 모멸감을 느껴 너무 속상하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대응하냐고 물었다.
친구는 농담에 뭐라고 반응하기 곤란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했다.
나는 가만히 있으니까 만만하게 보고 자꾸 찝쩍대는 것이니 다음엔 딱 정색을 하고 불쾌한 것을 드러내라고 했다.
“친구야, 내가 목사니까 ‘참아라, 견뎌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는 이미 오래 참았어. 사회생활을 배우는 30대 초반이면 모르겠지만 이제 50대 중반인데 그런 걸 참을 맷집과 정서적 여유가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이제는 덜 참고 표현하면서 살 나이도 됐어”
“그지? 그래도 되지?”
“그럼, 당연하지. 이번 주말에 밥 한 번 먹자. 이런 이야기는 비대면으로 하는 게 아냐. 대면으로 욕도 좀 신랄하게 해야 속이 풀리지. 일단 밥 같이 먹자”
“그래, 그러자”
친구는 전화를 끊기 전에 말했다.
“신욱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데가 없었는데 목사님한테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러냐?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내가 널 위해 부산에 내려왔나 보다”
“ㅎㅎ 그럴 지도 모르지”
“난 네가 그런 고민이 있을 때 내게 전화를 해줘서 고맙다”
“니가 왜 고마워? 이야기를 들어줘서 내가 고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