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센터 직원에게 음료를

오늘은 낮은울타리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4년 전엔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였다.
너무 이르다고 항의가 많았는지 10시까지 1시간 연장했지만 9시 반이면 거의 마감 분위기이다.

9시쯤 낮은울타리에 도착했는데, 이사차량이 통로를 막고 있었다.
예상대로 엘리베이터는 고층에서 멈춰져 있다.
짐을 싣고 있는 모양이다.
쓰레기를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늦으면 마감분위기에 가져온다고 정리하시는 분들 눈치를 봐야 한다.

그냥 계단으로 11층을 올랐다.
평소에도 운동도 할 겸 거의 그랬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부산도 기온이 높아 도착하니 땀이 났다.
숨을 헐떡이며 부랴부랴 쓰레기를 정리했다.

내려갈 때는 내 무릎을 생각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데 이번에도 고층에서 한참 서있다가 내려왔다.
타면서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이삿짐센터 직원은 주민에게 한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인사를 들어서인지 얼떨떨한 표정만 지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이번에도 이삿짐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더니 “죄송합니다”라며 빨리 옮기려고 했다.
솔직히 직원이 죄송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이사했다.
나는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십시오”라고 했다.

낮은울타리로 돌아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사과즙 파우치 5개를 꺼내들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5명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짐칸에서 복도를 나오는 나를 보고 가장 복도 가까이 앉아 있는 직원에게 ”거기서 피우면 안돼”라고 주의를 줬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가 “더운데 짐 나르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시원한 사과즙인데 하나씩 드십시오”라고 했다.
직원들은 너무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면서 생각했다.
“저는 목사입니다.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안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더운 날 땀흘려 일하는 사람에게 시원한 음료를 줬다면 그걸로 됐다.
나도 매번 이러는 것 아니다.
시원한 음료를 먹은 직원들도 그냥 불쑥 마음이 생겨 언젠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만큼은 더 살만한 사회가 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