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학교 종업식 인사말

어제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 있는 기독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2022학년도 1학기 종업식에 참석했다.
김인수 대표님이 인사말 대신 방금 쓰신 시 한 수를 읽어 주셨다.

대안학교와 공동체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가장 힘들게 보낸 한 학기에 대한 소감에 독특한 교육철학과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이 시대의 메시아 예언같은 깊은 신앙고백이 담겨 있었다.

내게 깊은 울림이 있어 메모장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선뜻 보여주셨다.

김인수 대표님 메모장 [사진 강신욱]
세상 그늘, 나무 그늘 

아마 좋은 세상이 오면 
제일 먼저 사라져도 좋은 것이 학교인 것 같다. 

누가 누구를 가르쳐야 하는 세상, 
더 배우기 위해 경쟁하고 목숨거는 세상, 
배워야 되는 세상, 
더 많이 배워야 되는 이 세상 속에서 
가난한 아이들, 
장애 있는 아이들, 
큰 자유를 구하는 이들은 
세상의 그늘 속에 자기 얼굴도 잊은 채 
살다 죽을 것 같다. 
영영 하나님의 마음, 
그 곱고 따뜻한 구원의 자리에는 
더 멀어진 것 같다. 

가르치되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목적하자. 
배우되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목적하자. 

수천 년 수만 년 
학교 가지 않고 배우지도 않은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가 의젓하고 
목숨 이어온 들짐승, 산새들 
학교 가지 않고 
가르치는 스승 없어도 잘 살아가고 있다. 

자리 지켜 뿌리 내리고 
그 그늘에서 함께 살아가는 
뭇생명들의 그 말없는 세월을 보면서 
우리도 나무 그늘 떠나지 않고 
서로의 삶이 얽혀 
뿌리 흔들리지 않고 
배우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 
어리석은 세상 대망하며 살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 좀 더 나아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