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의 기도

설 연휴 마지막 날 부산도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거센 바람이 창을 때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뒷동산에 바람을 맞을 이파리도 없는 나무가 휘청거린다.

옷을 챙겨 입고 낮은울타리로 향했다.
문을 여니 바깥과 별로 다르지 않은 냉기가 느껴진다.
평소에는 실내에 들어오면 모자와 마스크부터 벗는데, 오늘은 모자와 마스크를 그냥 쓰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90여 명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기도했다.
하나님과 나와 그들의 이름만 있는 시간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은혜가 넘치고 성령이 충만한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기도를 중단하고 일어서고 싶을 정도로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러나 참고 기도한다.
하나님이 기도를 기뻐하시고, 기도를 듣고 일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내 시간과 정력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참고 기도한다.

기도를 마치고 나면 안도한다.
파수꾼이 자신의 임무를 마친 것 같은 안도감이다.
설 연휴라고 마귀가 쉬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