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아이러니

부산에 어울리지 않은 우박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
수평선에 대마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맑은 날에도 잘 보이지 않던 대마도가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가득해서 해가 보이지 않는데도
이제까지 내가 본 대마도 중 가장 크고 또렷해서
가만히 한참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날씨는 잔뜩 흐린데 시야는 맑다.
구름이 시야를 흐리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세찬 우박비가 공기 중의 먼지를 사라지게 했다.
거칠게 보였던 우박비가 시야를 열어주었다.
고난이 영혼의 시야를 열어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