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치는 휴일의 기도

난 흐린 날이 싫다.
비오는 날은 더 싫다.
비바람 부는 날은 질색이다.

꼼짝도 하고 싶지 않다.
침대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다.
몸과 마음이 처지는 걸 견디기 쉽지 않다.

어린이날인데 강한 비바람이 예보되었다.
웬만한 야외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거센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다.

그래도 우산을 챙겨 들고 낮은울타리로 향했다.
내가 할 일은 일단 기도다.
나를 위한 기도였다면 건너뛰었을지도 모르겠다.

흐린 날씨탓으로 기도방이 더욱 컴컴하게 느껴진다.
기도의 자리가 더 외롭게 느껴지고,
기도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힘들어도, 외로워도
기도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며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