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걷기나 달리기 운동도 해야 하고, 치노 산책도 시켜야 한다.
두 번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으니 치노를 데리고 산책을 시킬 때 달리기도 하고 싶다.
그러나 뜻대로 될 때가 거의 없다.
천천히 걸으며 워밍업을 하려는데 치노는 외출이 좋아 마구 달려 내가 매달려 쫓아가듯 해야 하고, 내가 속도를 높여 달리려 하면 치노가 가끔 나무 등 지형지물에 갑자기 멈춰 서서 냄새를 맡느라 내가 급정거를 하기도 한다.
운동으로서는 빵점이지만 그것이 개가 사는 방식이니 존중한다.
그러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나를 본다.
“신욱아, 잠깐만 잠깐만 조금 천천히 가자.”하실 때 신나서 미친 듯이 달렸다가 금방 지쳐 헥헥거리기도 하고, 페이스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달려야 할 때에 주변에 시선을 빼앗겨 갑자기 멈춰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내게 페이스를 강요하시지 않고 갑자기 달리는 나를 따라 달려주시기도 하고, 갑자기 멈추는 나를 따라 멈춰주시기도 한다.
나는 내 맘대로 사는 것 같고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기에 하나님이 동행하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치노를 배려해서 같이 달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 나를 보며 더 사랑 많고 인자하신 하나님이 나를 위해 보조를 맞추시는 걸 느낀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가끔 치노의 목줄을 놓아 줄 때가 있다.
치노는 여전히 내가 목줄을 잡고 따라오는 줄 알고 열심히 달려나간다.
이내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멈춰 서서 돌아본다.
내가 가만히 앉아 두 팔을 벌리고 “치노~”라고 부르면 내게로 열심히 되돌아와 안긴다.
나 혼자 막 달려나가다가 “하나님~”을 부르며 되돌아오는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