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둥은 너무 뜨겁지 않았나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셨다고 했는데, 불기둥이 가까이 있으면 너무 뜨겁지 않았을까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중 하나님이 열 가지 재앙으로 파라오의 고집을 무너뜨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켰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조상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땅인 가나안으로 가야하지만 노예 생활만 하느라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인도해줘야 하는 거죠. 그때 하나님이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하셨습니다.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불기둥과 구름기둥이 별개로 존재했느냐 하는 겁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이니까 당연히 따로 존재한 것 아닌가요? 성경에도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다’고 나오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성경도 문학이고 고대문학은 대부분 운문적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위해 하신 일을 높이는 의미로 언급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낮에는 구름기둥이, 밤에는 불기둥이 있었다면 언제 교체가 되었을까요? 구름기둥이 있는데 석양이 지니까 옆에 불기둥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교체했을까요? 아니면 구름기둥이 어느 순간 불기둥으로 변신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네요. 그러고 보니 정말 궁금한데요.”
“보통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성경을 주의 깊게 보는 게 아니라 주로 목사님 설교나 신앙 선배들의 표현을 통해서 성경 지식을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목사라서 그런지 성경구절을 찬찬히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한 구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출애굽기 14장 24절입니다.”

"새벽에 여호와께서 불과 구름 기둥 가운데서 애굽 군대를 보시고 애굽 군대를 어지럽게 하시며"

“여기는 불과 구름 기둥이라고 되어 있네요. 분명히 읽었는데 주의 깊게 보지 못했습니다.”
“파라오가 변심해서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 백성을 쫓아왔을 때 아직 홍해를 건너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과 이집트 군대 사이에 하나님이 자리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하셨습니다. 바로 불과 구름 기둥이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겁니다. 원래 불과 구름 기둥인데 낮에는 강렬한 햇빛 때문에 구름기둥으로 보이고, 밤에는 시커먼 구름이 보이지 않고 불만 보인 거지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것이라 얼떨떨하네요. 그래도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햇볕을 가려주시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따뜻하게 해주신 것 아닙니까?”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불이 온기를 제공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자리했던 성막 위에 기둥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 구름기둥이 골고루 햇빛을 가려주거나 온기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넓게 덮는 장막의 형태가 아니라 상하로 세워진 기둥의 모습이었으니까요.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감해주시거나 밤의 냉기를 막아주시는 것은 구름기둥이나 불기둥 자체의 기능이라기보다는 하나님께서 그들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방법으로 하셨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래서 은혜인 거죠.”
“불기둥과 구름기둥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라는 거네요.”
“맞습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처음 나타나실 때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나무가 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걸 모세가 신기하게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고 했거든요. 아마 뜨거운 불이었으면 나무가 타고 모세가 가까이 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네요.”
“불기둥과 구름기둥은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이스라엘을 인도하신다는 상징이지 그 자체가 특별한 기능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